건강에 자신만만하던 분의 부고를 갑자기 듣는 경우가 있다. 아침마다 등산도 하고 체격도 좋던 분이 갑자기 건강을 잃거나 돌아가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니었을까?

우리는 흔히 몸의 건강만 ‘건강’으로 생각한다. 운동을 하고 검진을 자주 받으면 건강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몸 속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매우 크다. 눈에 보이는 외적인 부분이나 검진으로 발견할 수 있는 아주 일부의 상태만으로 건강을 자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몸 전체가 건강할 것이라는 자부심은 자칫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몸, 그 곳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은 대게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굳어지고 시야는 좁아진다. 개인적 경험에 의존하고 자주 보는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누며 ‘주관적 확신’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기 마련이고 객관적이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을 갖게 된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아!’와 같은 위험한 믿음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때 육체적 건강에 대한 ‘주관적 확신’을 내려두고 다양한 관점을 접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 동안 몸 건강에만 신경 쓰던 분이라면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술과 담배처럼 명확한 기전은 아니라도 스트레스는 뇌와 심장 및 소화기계 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혼자 끙끙대지 말고 전문가를 찾자. 신경성 질환을 주로 보는 한의사 및 정신과 의사, 심리상담사, 종교인 등 분야를 막론하고 그들과 마음 건강을 챙겨보자. 내 마음의 어떤 습관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몸을 공격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약과 검진만큼 중요하다.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만 더 힘든 이유를 알아내려면 전문가의 분석과 조언이 필요하다.

의료기관도 균형감을 가지고 지혜롭게 이용하길 권한다. 일반 병의원만 다니던 분이라면 한의원에도 가보고, 한의원만 고집하던 분이라면 병의원의 진단과 치료 방식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한방과 양방의 몸과 병에 대한 관점이 매우 다르고, 각 과별로도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전공을 한 전문의라 하더라도 치료와 진단에 대한 관점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각각의 치료 방식을 경험해보면서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약을 평생 먹는 것은 죽어도 싫다며 한의원만 고집하는 분에게는 가까운 의원을 통해 정기적 진찰과 혈압 및 혈당 관리를 꼭 권하는 편이다. 또한 염증성 질환이 분명함에도 항생제 복용을 기피하고 자연치유만 고집하는 분에게는 빠른 항생제 투여를 권해드린다. 반면 병의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수개월 째 복용중인데 호전이 안되거나 더딘 분이라면 한의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검사상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질환에는 침 치료 및 여러 가지 한방치료가 삶의 질을 빠르게 개선시켜주는 경우가 많다.

마음의 건강에 대해 신경 쓰고, 병의원을 균형 있게 이용하는 것만으로 이미 건강 점수 80점 이상이다. 여기에 평소 잘 먹지 않던 음식을 먹어보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고, 다양한 연령과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노력까지 더한다면 100점에 가까워진다. 중장년층 건강의 적 ‘고독과 쏠림’ 이 두 가지로부터 벗어나려는 모든 노력은 건강한 노후를 위한 비법이다.

모든 병은 ‘쏠림’에서 시작한다.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상태를 벗어난 과도한 쏠림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병을 만든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는 생각이 마음속에 떠오른다면 스스로 질문해보자. 여러분은 지금 어느 쪽으로 쏠려 있는가? ‘여러분은 낯선 것에 대해 얼마나 열려있는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答)이 여러분의 건강 점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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