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맛집’에 줄서는 당신, 부끄러워 마시라

  • 박상현
  •  |   입력 : 2021-07-20 19:30:46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선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하나. 인간이 가장 먼저 접하는 음식은 모유다. 그런데 모유를 떼고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딜레마에 빠진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처음 접하는 모든 음식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심지어 두려워한다. 이를 ‘푸드 네오포비아’라 한다. 이때 유아가 믿을 수 있는 대상은 엄마밖에 없다. 엄마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음식을 먹는다. 아이는 엄마의 표정을 살핀다. 엄마는 최대한 맛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이는 그 표정을 믿고 이유식을 받아들인다.

사례 둘. 음식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 제작진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가까이 작업한다. 이 과정에서 촬영감독은 뷰파인더를 통해 내 얼굴을 지겹도록 본다. 나는 항상 같은 표정을 짓는다고 느끼는데 촬영감독이 보기에는 다르다고 한다. 정말로 맛있어 하는 때와 맛있는 척을 하는 때를 귀신같이 가려낸다. 내가 정말 맛있게 먹은 음식의 경우 촬영이 끝나면 너나할 것 없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사례 셋. 몇 년 전 MBC의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걸그룹 멤버가 곱창집에서 혼자 3인분이 넘는 곱창구이와 전골을 아주 맛깔나고 야무지게 먹었다. 출연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비명을 질렀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일제히 곱창집으로 향했다. 곱창 비수기인 여름에 때 아닌 ‘곱창대란’이 벌어졌다. 공급은 일정한데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니 곱창집 주인들은 “손님이 몰려도 팔 곱창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다.

이상의 세 가지 사례는 각각 다른 상황이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원리는 사실 동일하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은 그의 저서 ‘맛 이야기’에서 “사실 뇌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의 뇌가 세계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관여하는 것이 ‘따라 하기’다. 뇌에는 따라 하기 전문 뉴런인 미러뉴런이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 연구팀은 원숭이가 손으로 물체를 잡을 때 관장하는 신경세포를 찾던 중 놀라운 발견을 한다. 자신은 움직이지 않지만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동작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마치 거울에 비추듯 반응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하고 이를 ‘미러뉴런’이라고 했다. 그리고 원숭이와 거의 동일한 뇌 구조를 가진 인간에게도 이러한 시스템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결국 인간의 뇌는 애초에 상대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그것을 따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상대의 표정만으로 음식의 맛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방송에서 연예인이 먹는 모습만 보고도 곱창집 앞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가진 탁월한 흉내 내기 능력은 학습과 문화의 기반이 되었으며 공감능력으로까지 발전했다. 즉, 남이 먹는 걸 보고 나도 먹고 싶다는 욕망은 호들갑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요구하는 당연한 행동이다.

그러니 ‘맛집’ 앞에서 줄을 서 있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마시라. 당신이 정작 경계해야 될 대상은 당신 자신이 아니라, 당신의 심리를 얄밉도록 치밀하게 이용하는 미디어다. 맛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2조대 필요…국비 확보 관건
  2. 2아파트 거래절벽 심화에…수천만 원 포기 ‘마이너스피’ 속출
  3. 3‘센텀 금싸라기’ 신세계 땅, 내년엔 개발방안 나오나
  4. 4노옥희 울산시교육감 별세
  5. 5산업은행 부산사옥 논의 착수…내년 초 이전기관 지정
  6. 6무적함대도 못 뚫었다…다 막은 ‘야신’
  7. 7부산 ‘나홀로족’ 고령화…70대 비중 ‘전국 최고’
  8. 8근교산&그너머 <1309> 경남 하동 옥산~천왕봉
  9. 9“10년 연속 우수법관 뽑힌 비결? 판결할 때 짜증 안 내요”
  10. 10늘어난 ‘보복 음주’…폭행 피해 구급대원 6년 내 최고
  1. 1세 과시한 친윤…공부모임 ‘국민공감’ 의원 71명 참석
  2. 2비명계 “이재명 100일, 방탄 빼고 뭐 했나”
  3. 3여야 예산안 협상 '벼랑끝 싸움'..."초당적 협조"VS"부자 감세"
  4. 4도 넘은 北 '이태원' 흔들기...미사일에 악성코드 보고서까지
  5. 5윤석열 지지율 5개월만에 40%대, 정당은 국힘이 역전
  6. 6김건희 여사 부산 금정구 몽실커피 깜짝 방문, 직원들 격려
  7. 7민주 "안전운임제 정부여당안 수용"
  8. 8한 총리, "오늘 철강·석유화학 업무개시명령 발동"
  9. 9민주, 이상민 해임안 처리 예고
  10. 10이재명 "윤석열 정부는 기승전'원전확대'만"
  1. 1아파트 거래절벽 심화에…수천만 원 포기 ‘마이너스피’ 속출
  2. 2‘센텀 금싸라기’ 신세계 땅, 내년엔 개발방안 나오나
  3. 3산업은행 부산사옥 논의 착수…내년 초 이전기관 지정
  4. 4부산 ‘나홀로족’ 고령화…70대 비중 ‘전국 최고’
  5. 5아파트 재건축 쉬워진다… 안전진단 점수 45점 이하면 가능
  6. 62차 업무개시 명령에 화물파업 강대강 충돌..."14일 2차 총파업"
  7. 7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 1년 만에 최저…배럴당 72달러
  8. 8위메이드 위믹스 8일 상폐 3800억원 증발, 투자자 피해 불가피
  9. 9로또 1·2등 당첨금 1년째 미수령…판매점은 전주와 부산
  10. 10"달걀 한 판 7000원 되면 수입"...AI 확산에 오리고기 달걀 값 ↑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2조대 필요…국비 확보 관건
  2. 2노옥희 울산시교육감 별세
  3. 3“10년 연속 우수법관 뽑힌 비결? 판결할 때 짜증 안 내요”
  4. 4늘어난 ‘보복 음주’…폭행 피해 구급대원 6년 내 최고
  5. 5실내마스크 의무 이르면 1월 해제
  6. 6직원 실수로 판매한 ‘10% 이자’ 적금, 취소할 수 있을까?
  7. 7첫 겨울 불꽃축제…부산시 안전대책 마련 분주
  8. 8“고향 김해에 내 분신같은 작품 보금자리 찾아 안심”
  9. 9연 365회 넘게 병원쇼핑 2550명…과잉진료 탓에 축나는 건보 곳간
  10. 10부울경 레미콘·펌프카 기사 동조 파업 돌입
  1. 1무적함대도 못 뚫었다…다 막은 ‘야신’
  2. 2거를 경기 없다…8강 10일 킥오프
  3. 3축협 저격? 손흥민 트레이너 폭로 파장
  4. 4프랑스 또 부상 악재…음바페 훈련 불참
  5. 5호날두 대신 나와 3골…다 뚫은 ‘하무스’
  6. 6손흥민 “앞만 보고 달리는 팀 되겠다”
  7. 7[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이강인 재발견 이번 대회 최고 수확”
  8. 8계약기간 이견…벤투, 한국과 4년 동행 마무리
  9. 9세계 최강에 겁없이 맞선 한국…아쉽지만 후회 없이 뛰었다
  10. 10승부차기 3명 실축에…일본, 또다시 8강 문턱서 눈물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함께하는 나눔, 지속가능한 부산
북극협력주간, 새 북극정책 20년 준비할 때
기명칼럼 [전체보기]
출구전략이 아니라 전력투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울경 합동추진단 예산 삭감 논란을 보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도청도설 [전체보기]
코리안 에이지
로또 20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BNK 회장 뽑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란 말 왜 나오나
‘창업도시 부산’ 이젠 구호가 아니라 성과 필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빨라야 위태롭지 않다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이태원 연가
와인 한잔할래요?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