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코로나19로 멈췄던 일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학교의 경우 2학기 전면등교를 위해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의 학생 학부모 교사 약 16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학기 등교 확대 관련 설문조사’에서 등교 확대에 긍정적이라 답한 비율은 66%로 높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와 학생의 응답이 다르다는 점이다. 학부모의 경우 2학기 등교 확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답변이 전체의 약 77.7%인데, 학생의 경우 49.7%이다. 실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온라인으로 수업이 가능한데 굳이 학교에 갈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거나, 학교에 가도 어차피 마스크를 쓰고 칸막이를 하며 대면 활동이 제한되어 있어서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한다.
마스크에 가려져 표정은 사라졌고, 대면의 경험이 줄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법에 서툴러졌다. 청소년의 신체 활동도 코로나19 이전과 대비해 67.5%나 감소했는데, 이 모든 결과로 학교는 이제 더 답답한 곳이 되었다. 수업이 지루해도, 시험이 좀 힘들어도 친구가 있어 신나고 즐거운 곳이 학교였는데, 이제 자유도 없거니와 어렵고 힘들기만 한 대인 관계를 견뎌야 하는 곳이 됐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팬데믹에 대한 글을 모은 ‘얼굴 없는 인간’에서 “다른 존재와의 접촉은 동시에 우리 자신과의 접촉이기도 하다. (중략) 모든 사람이 모든 존재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면 모든 접촉은 폐지되는 것이다. 인류는 타인과의 경험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느끼는 즉각적인 경험들, 그러니까 우리들의 육신을 너무 쉽게 잃어버릴 것이다”고 말했다. 거리두기의 결과로 바이러스의 확산은 막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건강한 신체와 다정한 마음은 너무 쉽게 잃어버렸다.
이 문제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함을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에서 느낀다. 애니메이션 영화 ‘루카’다. 이탈리아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의 첫 장편 영화인 ‘루카’의 주인공은 물 속에서는 물고기이지만, 물 밖에서는 인간의 모습이 되는 ‘바다 괴물’ 루카다. 루카의 엄마는 늘 “물 밖은 위험해. 절대 나가서는 안 돼”라고 말했고,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루카는 엄마의 당부를 잘 지켰다. 하지만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계속 루카를 수면 아래까지 오게 했고, 매번 망설이는 루카를 알베르토는 물 밖으로 끄집어낸다.
루카와는 정반대로 매사에 대범하고 적극적인 알베르토는 루카에게 육지 생활의 비법을 전수해주는데, 물 밖에 나오면 당장 죽는 줄 알았던 루카는 알베르토를 따라 코로 숨을 쉬고, 다리를 이용해 걷고, 태양을 보며 새로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친한 친구가 된 루카와 알베르토는 세계 모든 곳으로 가게 해줄 것 같은 오토바이 베스파를 얻기 위해 인간 마을로 가고, 그곳에서 인간 친구 줄리아를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가 영화 ‘루카’다.
어린 시절의 만남과 경험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우리 인생을 지탱하고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에게는 영화 ‘루카’에서 볼 수 있는 눈부신 기억이 필요하다. 나의 부족함을 메워 나를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친구가 필요하고,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세상과 만남도 필요하다. 타인에 대한 이해 없이, 서로에 대한 배려 없이,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 없이 우리는 잘 살 수 없다. 우정 배려 상상력 호기심 배움의 기쁨 등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 없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비록 마스크에 가려졌지만, 인간의 얼굴을 잃어서는 안된다. 이제 막 물 밖으로 나와 친구를 만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려는 아이들이 생의 의지를 잃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야 한다. 우리의 인생에 존재하는 수많은 어려움도 우정의 힘이 있으면 이겨낼 수 있고, 그런 우정이 모여 아름다운 공생의 세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말했듯, 이 혼란하고 어려운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하기 위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 다름과 차이에 대한 배려와 인정, 우정의 소중함과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라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다시 찾아야 할 때다.
‘인디고잉’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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