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부산을 떠난 지는 꽤 됐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을 보면 30~34세 지역 청년 인구는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1년 27만770명이던 부산지역 30~34세 청년 인구는 이듬해 27만2275명으로 반짝 증가했으나 2013년 27만1416명으로 감소한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19만729명으로 10년 만에 8만 명이 줄었다. 이 기간 전체 인구가 15만9000여 명 준 것에 비하면 큰 폭의 감소세다. 그만큼 일하는 청년 인구가 부산을 떠난다는 말이다.
청년 유출을 막으려는 시도는 많았다. 시장마다 청년 유출을 방지하고자 청년 취업률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청년몰을 만든다든지, 청년 창업공간을 제공한다든지, 수당을 준다든지 할 건 다 해 본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청년 인구 감소율은 가속화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입사하는 대신 창업이라는 망망대해에 자기 몸을 던진 젊은이가 부산지역에 몇 명이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미래를 개척하는 청년이 제법 있다.
필자는 1인 미디어 회사를 세워 1만2000명 이상의 회원을 모아 기존 언론에 도전장을 낸 20대 언론인을 안다. 회원에게 매일 메일로 자신만의 뉴스를 제공한다. 설립한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유료회원도 1000여 명 모았다. 그에게 왜 험한 길을 가느냐고 물었더니 “공무원보다는 이 길이 재밌을 거 같다. 지금 도전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두 명은 2017년부터 영화도시 부산에서 영화 배급 협동조합을 세워 꿈을 키우고 있다. 그의 뜻에 동참한 직원들도 3명이나 있다. 배급 기록집도 만든다. 초기에는 센텀시티에 사무실을 차려 활동했으나 임대료 등 부담 때문에 지금은 재송동 고지대에 사무실을 옮겨 운영한다. 영화가 좋아서 모인 이들은 좋은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한 제주 출신의 20대 청년은 무작정 스페인으로 가 요리를 배웠다. 지금은 부산에서 지역 활동가 그룹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 요리 식당에서 셰프로 일한다. 그는 조만간 군대 문제 때문에 부산을 떠나 제주에서 지내야 한다. 힘들 때 그를 품어준 부산에 있고 싶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
한 청년은 졸업을 1년 남겨둔 대학생이다. 평소 청년 정책에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청년 활동을 한다. 부산시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낸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청년 정책을 우선 순위에서 빼려 한다며 이 뜻에 동참하는 청년을 모아 시에 항의하기도 했다. 시의원들에게 이의 부당성을 알리며 실제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청년이 많다. 눈만 돌려보면 도전 정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지역을 혁신하는 청년이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보인다. 이들이 지역에서 깊게 뿌리를 내려 성공 신화를 쓴다면 지역에 어떤 바람이 불까.
바로 여기에 기성세대가 할 일이 있다. 자기 주변에 있는 청년기업이나 창업가, 활동가를 적어도 한 곳, 한 명은 후원하자는 것이다. 후원하자고 하니 돈을 생각할 수 있으나 관심을 가져주는 게 우선이다. 밥을 한 끼 사줘도 좋다. 마스크를 한 상자 선물해도 충분하다. 그것도 아니면 가끔 찾아가 격려의 말이라도 해주자. 1사(인) 1멘토가 돼 달라는 말이다. ‘청년이 있어야 부산이 산다’고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해보자. 만약 주변에서 청년기업을 찾지 못한다면. 부산시와 구군의 할 일이 이 때 생긴다. 거창한 말 필요없다. 행정은 이거라도 잘 연결하면 지역 청년들이 떠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있는 청년이라도 잘 보듬어서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한다면 부산의 미래는 밝다.
이런 멘토 문화가 소문이 난다고 가정해보자 .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이 부산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부산은 청년 친화 도시로 알려질 것이다. 이런 실천 가능한 변화 위에 대기업 유치가 있고 좋은 일자리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선순환 효과로 부산은 서울을 대체하는 도시가 된다.
그런데 부산시는 청년 정책을 산학 협력으로 풀려는 것 같다. 청년정책과를 주무과로 하는 성장전략국을 없애고 대학과 산학 협력을 주무과로 하는 산학창업국을 신설함으로써 청년 정책을 후퇴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청년단체와 시의회의 반발로 산학창업국 이름 앞에 청년을 넣게 됐다.
한 여대생이 21일 청와대 청년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부산시라고 이렇게 못할 거 없다. 청년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고민을 들으려는 도시가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다.
최현진 편집국 부국장 namu@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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