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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백신 접종은 방어이자 권리 /김나현

  • 김나현 수필가·여행작가
  •  |   입력 : 2021-06-20 19:11:3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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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생활 전반에 단절을 초래했다. 가족 간, 친구 간, 사회 관계망의 평화로운 일상을 교란해 놓았다.

노모 백신 접종을 앞두고 오빠가 형제들을 대화방에 초대했다. 접종 후유증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어쨌든 접종은 해야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자녀들 걱정 속에 구순을 앞둔 노모는 백신을 접종했다. 가족 중 첫 접종이라 긴장감이 컸던 것 같다. 다행히 접종 당일 잠을 설친 정도 말고는 별 징후가 없다고 한다.

딸이 어느 날 제 아이가 쓴 일기를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입학식도 없이 인생 첫 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코로나 사태 속에 2학년이 되었다. 소풍은커녕 운동회가 뭔지도 모른다. 한 책상에 혼자 앉으니 짝지 개념도 모른다. 한데 그런 게 대수가 아니었다. 친구 얼굴조차 제대로 본 적 없다고, 점심시간에 칸막이 너머로 힐끗 보는 게 전부라고 한다. 이 어린이들이 어린이다움을 억압당하고 산 지 일 년 반이다. 아래의글은 마스크로 가린 부위와 볕에 노출한 이마 부위 피부색이 다른, 그 아이가 쓴 일기다.

“놀이터에 도착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 어떨까. 그래서 우리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내가 나갔다. 친구들과 5~6m쯤 떨어져서 마스크를 벗고 내 얼굴을 보여줬다. 친구들도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자기 얼굴을 보여 주었다. 나는 친구들 얼굴이 신기했다. 원래는 눈이 다 같아 보여서 옷이나 머리카락, 신발 등으로 구분했지만, 진짜 얼굴을 보니 이제는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일기를 읽는 마음이 짠했다. 친구 서넛이 놀이터에 갔는데 친구들 얼굴이 궁금했던가 보다.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여줬다는 내용이다. 마스크 쓴 얼굴만 보다가 친구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는, 코로나 시대를 대변하는 슬픈 일기다.

이런 세태 속에 백신을 하루라도 빨리 접종하고 싶었다. 마스크를 하고서도 해소되지 않는 불안감과, 노쇠한 어머니에게 해를 끼칠지 모른다는 부담감을 덜고, 아이들 볼도 비비고 싶었다. 이는 누구나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자신의 행동반경을 자제하는 이유로 본인 건강은 기본이고 가족에게 해를 끼칠까 하는 염려가 클 것이다.

백신 접종 일을 예약하고 거사를 준비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사고 몸 상태를 살폈다. 접종을 망설이는 대다수 이유처럼, 접종 후 신체 반응을 예측하지 못하니 내심 불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건소 직원이라서, 통장이라서, 대민업무를 해서, 의료인이라서 좀 일찍 접종한 지인들 공통점이 며칠간 이어진 몸살과 근육통이었다. 그래도 백신으로 무장하고 정공으로 맞서는 수밖에. 이것만이 최선의 방어이며 당당하게 다닐 권리라 여겼다.

접종 일에 예약 시간보다 일찍 접종 장소에 갔다. 보호자로 딸이 동행했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미 대기 중이다. 같은 불안감을 지녔을 동질감으로 위안이 된다. 맞고 대기하는 이들을 보자 용기도 생긴다. 긴장을 진정할 새도 없이 접종이 끝났다. 대기하며 몸 상태에 집중한다. 약간 메슥거리고 미세한 현기증이 느껴진다.

백신이 몸에 들어온 지 여덟 시간째. 37도 가까운 미열이 나고, 주사 맞은 팔 통증이 감지된다.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몸살기와 두통과 열감이 있어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사그라지지 않는 증상은 멀미 비슷한 나른함과 열감이다. 밥을 먹어도 기운 없이 늘어진다. 인공 면역을 목적으로 주입한 백신이 기억 세포를 형성 중이려니 여긴다.

코로나 발발 이후 상대의 표정조차 볼 수 없다. 눈의 미세한 움직임이 표정을 드러내는 창구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단벽이 생겼다. 피부 접촉이라는 정서 작용조차 앗아갔다. 어쨌든 지금은 백신 접종으로 대동단결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접종만이 서로 간에 벽을 허물고 떳떳하게 대면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인센티브는 덤으로 챙기는 거다.

접종 다음 날, 마법에서 풀린 듯 개운하다. 팔뚝 부위 부기와 통증은 견딜만하다. 어서 완료 배지를 달고 활보하는 권리를 누리고 싶다.

김나현 수필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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