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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마라톤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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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5㎞가 마라톤 완주길이로 처음 적용된 경기는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이었다. 그전엔 40㎞ 전후에서 들쭉날쭉했다. 시속 15~20㎞ 속도로 2~3시간을 계속 뛰는 이 운동은 보통의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수십년간 여성은 참가 제한 종목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일반인 사이에 본격적인 마라톤 바람이 불었다. IMF 사태 이후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바람을 가르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적지 않은 성취감까지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좋은 경관을 갖춘 지자체라면 마라톤 대회 하나쯤 여는 게 유행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여성과 노인 뒤는 절대 따라가면 안된다’. 동네 마라톤 대회에서 자주 회자되는 불문율이다. 여성이나 노인일수록 긴 시간 강도 높은 훈련과 치밀한 준비를 거치는데 이들의 기량을 얕잡아보고 함부로 덤비다간 자기 페이스를 놓치고 부상까지 입게 된다는 경고다.

지금까지 총 1100번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전직 기업인의 사연이 어제 본지에 소개됐다. 1942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 팔순이다. 이미 환갑을 넘긴 2004년부터 18년간 연평균 60회 이상을 소화했고 그렇게 뛴 거리만 4만6400㎞가 넘는다. 지구를 한바퀴(4만75㎞) 도는 것보다 훨씬 길다. 기네스북에 정식으로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이 연령대에서는 볼 수 없는 기록이라고 한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의 공식대회 완주 횟수는 8번,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는 41번이다. 아마추어를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이를 감안하면 놀라운 이력이 아닐 수 없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다 보면 처음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흐르다 20~30분 후부터 이상하게 신체가 이완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몸이 놀라울 정도로 가벼워지고 호흡과 맥박이 일정해지는 것이다. 마라톤 마니아로 유명한 독일의 전 외무장관 요시카 피셔가 “무아지경의 상태처럼 머릿속이 맑아진다”고 했던 그 느낌이다. 바로 ‘러닝하이(running high)’ 또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체험이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오래 살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라 짧은 인생을 완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린다”고 했다. 팔순의 마라토너에게도 오랜 세월 그렇게 쉼없이 뛸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 동력이 달리는 행위 자체의 희열이든 삶의 고난을 극복하려는 의지이든, 그의 극한 도전이 무사히 오래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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