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를 위해 급기야 지역 주민들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금정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가 최근 열흘간 주민 9202명으로부터 받은 ‘침례병원 보험자병원 유치’ 서명부를 지난 15일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촉구하고 나선 것은 지금처럼 관 주도 방식으로는 도저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주민이 직접 나섰을까 싶다. 한때 600여 병상을 갖춘 침례병원은 금정구 유일 종합병원으로서 지역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2017년 파산 후 4년째 방치 상태다. 수년째 텅 빈 병원 건물을 쳐다보며 의료서비스 갈증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스스로 ‘우물’을 파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사업의 방향은 ‘보험자병원’ 전환이다. 보험자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공공병원이다. 보건복지부의 건립 승인이 필요하며 국내에서는 경기도 일산병원이 유일하다. 침례병원이 제2호 보험자병원이 되면 얻는 이점도 한 둘이 아니다. 세브란스병원과 의료지원 협약을 통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산병원의 노하우를 이식함으로써 ‘공공병원은 의료의 질이 낮다’는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다. 또 적정수가 산출을 위해 ‘표준진료 및 모델병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진료비도 타 병원 대비 75% 선까지 낮아진다. 생명과 직결되지만 수익성이 낮아 민간병원에서 기피하는 필수의료 서비스도 공급된다.

이 같은 이점에다 재원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까지 더해져 부산시는 여러 차례 보험자병원 지정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지역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기존 부산의료원에다 서부산의료원 신설, 동부산권의 침례병원 보험자병원 전환이 이뤄지면 시민 건강권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부산의료원(건립비 2184억 원)의 경우 다행히 정부가 올해 초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2026년 개원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침례병원에 대해서만은 정부가 별 다른 응답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시가 부지 매입비 500억 원 가량을 부담하고 운영비 일부지원 의사까지 밝혔는데도 복지부는 관련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묵묵부답이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병원 부지 소유권을 가진 민간업체가 지난 4월 말 부산시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시가 보험자병원 전환을 추진 중임을 알기 때문에 일반 매각에 앞서 최종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그래도 복지부의 대답은 마찬가지다. 업체 측은 ‘몇 곳이 매입의사를 밝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압박 중이다. 부산 공공의료 확대 사업이 초읽기에 몰린 셈이다. 금정구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제 정부가 이들의 절규를 새겨 듣고 조속히 응답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 한 ‘문재인케어’ 완성을 위해서라도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지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