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지역 붕괴 참사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부산에서 건축물 해체 허가나 신고 건수가 1100건을 웃돈다니 걱정이 앞선다. 설마 하는 방심에서 안전사고의 불씨가 생기고, 그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멀쩡한 대낮에 대도시 한가운데서 발생한 광주 참사다. 5층짜리 건물이 거짓말처럼 무너지며 버스 정류장에 있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사고인가. 부산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부실한 가림막이나 안내판은 물론이거니와 공사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의 안전 보호 등 필수적인 조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광주 참사의 배경을 살펴보니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사고가 우려된다는 경고와 민원은 깡그리 무시됐다. 게다가 다단계 재하도급이란 고질적인 병폐가 똬리를 틀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사 비용을 줄이고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려는 시도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형식적인 가림막에 의지한 채 원칙을 벗어난 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져야 한다. 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인도와 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큰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본적인 조치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빚어졌다는 사실을 사고가 난 다음에야 확인한 셈이다. 경찰이 철거업체 선정 및 계약 과정에 수사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뒤늦게 정치권이 나섰으니 얼마나 성과를 낼지 두고볼 일이다. 우선 사후약방문이란 비난을 자초하지 않도록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해야 하겠다. 그리고 확실한 재발 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마땅하다. 그런 면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새 대표가 광주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거나 더불어민주당이 합동사후대책반을 구성하기로 한 점에 주목한다. 특히 대책반은 해체 공사 현장 감독과 관할 지자체의 책임 보강, 지자체의 철거 현장 점검 의무화, 6월 국회 내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입법 추진 등을 약속했다. 정치권은 광주 참사의 원인 분석과 책임 규명, 사후 대책 어느 하나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광주 참사의 충격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부산시도 모두 1176건에 달하는 해체 허가나 신고 건축물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책이 시급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점검할 인력이 부족하다거나 관련 서류 점검으로 할일을 다했다는 자세로는 시민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없고,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사고의 씨앗을 확실하게 뿌리뽑을 수 없다. 건물의 준공과 철거 과정의 안전관리는 지자체의 몫이다. 더 효과적인 관리 방법을 찾고 사고 위험이 큰 현장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관련 업계도 이젠 관행에서 벗어나 안전관리 규칙에 맞춰 작업이 이뤄지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공사 현장에서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