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월드엑스포의 부산 유치전이 본궤도에 올랐다. 정부는 엑스포 민간 유치위원장 선임을 마무리하는 한편 다음달 중으로 재단법인 형태의 유치위원회를 정식 구성한다. 위원회는 민간 위원장을 정점으로 최근 확대 개편된 범정부 유치기획단, 부산시, 경제계 5대 그룹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거버넌스) 형식이다. 유치신청서는 다음달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 정부와 부산시가 직접 참석해 제출한다. 유치위가 공식 출범하면 오는 10월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2020엑스포(코로나19로 1년 연기)가 부산 세일즈의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엑스포 유치에 필요한 객관적인 여건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최 부지는 여전히 해결이 안된 난제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유효면적(200만㎡)이 있는데 예정지인 부산 북항 일대는 거기 미치지 못한다. 현재 확보된 땅은 160만㎡로 2010상하이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두바이나 오사카 보다도 훨씬 작다. BIE가 관람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료관객을 받을 수 있는 구역이 넓으면 넓을수록 경쟁력이 있다. 기준 면적 미달은 당연히 실사팀의 감점 요인이다. 충분한 부지를 갖추기 위해서는 북항 내에 있는 55보급창 국군항만운영단 등 군사시설과 8부두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지만 이전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없다. 정부 관련 부처와 미군 사이에 물밑 논의가 얼마나 진척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엑스포 개최를 희망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모양새인 것만은 분명하다.

민관 거버넌스형 유치위원회 조직도 사실은 최선이 아닌 차선책에 가깝다. 대기업 총수 1인을 민간 위원장으로 선임해 총력전을 펼치려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자 뒤늦게 등장한 대안일 뿐이다. 정부는 정치 경제 언론 등 각 분야를 망라한 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다. 분위기를 띄우는데 정부와 민간이 협업한다는 취지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자칫 가장 큰 힘을 써야 할 대기업 총수들이 부위원장이라는 타이틀 뒤로 한발 물러난다면 허울만 그럴듯한 거버넌스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애초 위원장을 맡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더 크다. 지금껏 대형 국제행사에 적용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역할 분담과 수행에 보다 세밀하고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부산은 한일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을 잇따라 성공적으로 주최함으로써 국제행사 진행 노하우를 상당히 쌓았고 덕분에 도시 이미지도 몇 단계 상승했다. 엑스포는 또 다른 방점을 찍을 기회다. 비록 대내외 상황이 녹록하지 않지만 부산 시민의 유치 열기 또한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간절함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BIE 현장 실사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그 안에 걸림돌을 하나씩 모두 제거해 부산의 힘을 세계에 다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