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주요 공원 곳곳에서 심야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니 아찔하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좀처럼 눈에 띄게 줄지 않고 있는 상태인데, 방역에 대한 시민의식은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이다. 최근 1주일 전국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500~600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지역도 하루 30명 안팎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름 초입부터 떼지어 술을 마시며 고성방가를 일삼는 것은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게다가 이들은 공원 내 음주와 밤 10시 이후 음식 섭취를 금지한 부산시 행정명령도 무시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9일 0시부터 5대 주요 공원에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지정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별도 해제 때까지 ▷공원 내 마스크 착용 ▷음주 금지 ▷야간 시간대(밤 10시~다음 날 새벽 5시) 음식물 섭취 금지 등을 적용했다. 대상공원은 부산시민공원, 어린이대공원, 송상현광장, 중앙공원, 금강공원 등이다. 위반시 감염병관리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무더워진 날씨로 야간 공원 이용객이 급증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본지 취재진이 첫날인 9일 밤 11시께 시민공원과 송상현광장 등을 둘러본 결과 행정명령의 효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체로 펼쳐지는 ‘노 마스크 술판’만 난무했다.

이 같은 모습은 글로벌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시민으로서 보여선 안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산책 하던 시민과 관광객들이 “아직 엄중한 시기인데, 대체 시민정신은 다 어디 갔나”며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가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인 현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를 14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3주 더 연장키로 한 것 역시 감염 추세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13일 현재 23%대의 1차 접종률을 보이고는 있지만, 집단면역 단계인 70% 접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시도 현 단계 3주 연장과 별도로 유흥시설 등 일부 영업점에 대한 완화조치를 내렸다. 오늘부터 유흥시설 5종과 노래연습장은 밤 12시까지 영업하고 식당과 카페 편의점 포장마차도 밤 12시까지 매장 내 취식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방역 경각심을 유지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지난 주말 해운대 한 칵테일바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주점과 유흥시설 내 감염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자칫 ‘느슨해진 방역’이라는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여름철을 맞아 공원 내 심야 음주 및 취식에 대한 적극적인 계도와 단속이 필요하다. 물론 그에 앞서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