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프로스포츠 팀의 존재 이유는 이제 ‘프로팀은 가성비’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 듯 싶다. 적어도 18년 연고지 부산을 버리고 수원으로 ‘야반도주’ 하듯 이전해버린 남자프로농구 ‘kt소닉붐’은 확실히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하겠다. 부산팬 무시 행위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9일 이사회를 열고 kt의 연고지 수원 이전 신청을 승인했다. 신청서 제출 이틀만이다. 연맹 못지않게 kt가 보여준 그간의 이전 추진 속도 또한 전광석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논리만 있었을 뿐 20년 가까이 성원해준 부산팬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kt의 ‘탈 부산, 수원행’을 놓고 “이유도 과정도 볼썽사납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개인 사이에도 떠날 때는 이유를 밝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하물며 인구 350만 대도시를 연고지 삼아 18년간 그 도시 이름을 가슴에 달았던 프로구단이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어째서 떠날 수밖에 없는지, 그동안 연고지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정도는 밝혔어야한다. 그런데 kt는 그런 최소한의 도리를 외면했다. 단지 행정기관인 부산시 실무진과 불과 3, 4회 만남을 가진 후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지 지난 7일 이전 신청서를 전격 제출했을 뿐이다. 지난 4일 면담에서 시가 제안한 부지에 새 경기장과 훈련장을 짓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부산시로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특히 구단 측이 요청한 훈련시설 지원, 홈구장 사용료 인하 및 시설개선 등을 제대로 검토할 겨를조차 없이 사흘만에 신청서 제출 소식을 접하고 크게 당황했다. 시는 일단 KBL 측에 보류 요청을 한 뒤 8일 오전 구단과 긴급 회동을 가졌지만, 붙잡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kt의 수원행에는 기업의 경제논리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kt는 실제로 그동안 훈련장과 사무국은 수원에 두고 홈 경기만 사직체육관에서 하는 ‘반쪽 부산 농구단’이었다. kt 측은 선수들의 긴 이동 거리에 따른 피로와 수원을 연고지로 둔 프로야구 kt 위즈와의 공동마케팅 등을 이유로 부산팬을 등진 것이다.

그럴듯한 명분처럼 보이지만, 얄팍한 기업논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설 확충 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기고 자신들은 투자도 하지 않고 마케팅 효과만 거두겠다는 심보다. 지난 18년간 연고지 정착을 위한 노력도 없었다. 오히려 지난 2010년 수원에 4층 규모의 클럽하우스 겸 전용 훈련장을 개장했다. 부산 정착 대신 수원 이전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2020년 기준 매출 24조 원, 영업이익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통신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의 행보 치고는 궁색하다. 팬 대신 가성비를 택했다는 점에서 프로스포츠 ‘흑역사’에 두고 두고 기록될 일이다. 부산시 또한 프로구단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늑장 무능 체육행정’이라는 지적을 다시는 받지않도록 심기일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