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시청 앞 행복주택 건설’ ‘부산외대 이전적지 공영개발’ 등 12개 장기표류 사업에 대한 해법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부산외대 이전적지 공영개발 등 6개는 신속 추진 사업, 사직야구장 재건축은 제3자 연계 사업, 시청 앞 행복주택 등 4개는 여론 수렴을 통한 정책 결정 사업, 해운대~이기대 해상 케이블카는 공론화 사업으로 추진 방향도 정했다. 시의회도 조만간 장기표류 사업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공론화 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시와 시의회의 긴밀한 협조로 부산 발전의 장애물들을 말끔히 제거해주기 바란다.

해법을 마련하려면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특히 원인이 내부(사업 주체)에 있는지, 아니면 외부에 있는지 소재를 잘 가려내야 한다. 내부에 있는 원인을 외부로 돌리다간 해법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청 앞 행복주택 건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사업의 당초 계획은 교통이 편리한 시청 앞에 시세의 60~80%인 공공임대주택 1800가구를 지어 젊은이들에게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거돈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1단지의 규모를 37층, 692세대에서 14층, 88세대로 줄이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다. 1단지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된 가운데 2단지만 공사에 들어갔다. 시는 인근 주민의 반발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실제 원인은 바로 시다.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꺼리는 주민 민원에 굴복한 포퓰리즘 때문인데도 시는 사업 백지화 원인을 외부(주민 반대)로 돌린다. 시의회는 이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려면 원인부터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부산외대 이전적지 공영개발은 교육용 재산매각 입찰에서 토지가 민간기업에 낙찰되면서 난관에 직면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사회적 주거단지, 청년창업센터, 공공복합타운 등을 조성하기로 한 시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LH는 “(정식 계약을 통해) 매각되면 공영개발은 어렵다”고 한다. ‘신속 추진’이란 시의 사업 분류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시는 공영개발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공영개발 부지로 지정된 용도를 유지하고, 매각되더라도 공영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토지 매입자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도록 토지 매각에 대비한 공영개발 실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부전도서관 공공개발’ ‘한진CY 부지 사전협상’ ‘다대소각장 부지 개발’ ‘식만~사상 도로(대저대교) 건설’ 등 나머지 장기표류 사업들도 추진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시민생활 향상과 지역 미래를 위해선 반드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박형준 시장은 “지역 현안에 여야가 없는 만큼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했다. 지당한 말이다. 지역 현안을 두고 여야를 구분하는 정치를 어찌 정치라고 할 수 있겠나. 초당적 협력을 통해 정치다운 정치를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