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주 동안 부산을 가장 ‘핫’하게 달군 이슈 중 하나가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의 공공콘텐츠 구축 사업 중단’이 아닐까 한다. 단일 이슈로서는 이례적으로 본지는 하루도 빠짐 없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대대적인 감사까지 벌이면서 사업을 중단시킨 이유 및 배경, 파장 등에 대해 자세히 보도해 왔다. 그만큼 북항 재개발이 부산에서 갖는 의미가 크고, 부산시민의 입장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북항 재개발 사업은 단순한 항만 재개발이 아니다. 항만 시설에 자리를 내주면서 낙후된 부산 원도심을 항만 재개발과 연계해 부활시키고, 이 같은 부산 원도심 대개조를 통해 부산의 100년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잘 진행되던 사업이 부처의 셀프 제동에 걸려 2개월 이상 올스톱됐다. 언제 재개될 지도 알 수 없다. 5개월 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통과한 모든 절차가 불과 수개월 만에 미심쩍게 보인다는 얘기인데, 왜 ‘그때는 맞았던 게 지금은 틀리다’가 됐을까.
북항 1단계 공공콘텐츠 구축 사업은 총사업비 1700억 원을 들여 트램(노면전차)을 포함한 부산항기념관 상징조형물 공중보행교 해양레포츠콤플렉스 등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부산시와 현장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해수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이하 추진단)이 북항재개발사업에 어떤 콘텐츠를 넣을 것이냐는 실무 협의 과정에서 트램을 포함하기로 했고, 이후 변경된 사업내역 사업비 절차에 대해 추진단이 담당 국장, 장관의 승인과 결재를 거쳐 지난해 12월 30일 자로 사업계획변경승인고시까지 마쳤다. 500억 이상의 정부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의 협의를 거쳐야 하나, 이 사업은 ‘총사업비(1단계·2조 4221억 원) 10% 범위에서 사업 내용 변경 시 경미한 사안으로 기재부 등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항만재개발법 시행령 9조에 따라 진행됐다.
그러다 지난 3월 중순 돌연 해수부 내부에서 “기재부 협의 사항”이라는 말로 사업을 중단시키면서 지역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경미한 사항이라고 판단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서 전임자와 이견이 있어 전체 사항을 점검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법적 하자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경미한 사안이냐를 두고 법률적 해석이 다르다고 한다면, 내부적으로 법률 자문을 구하거나 기재부와 먼저 협의부터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덜컥 모든 공정을 중단시키고, 추진단에 대해 책임을 물어 감사까지 진행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해수부 감사 착수 뒤 기재부는 이번 사안이 “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사전 협의 과정 생략이 아쉽기만 하다. 이렇다 보니, 특정 인물을 겨냥했다거나 추진단 역할에 대한 축소 및 부서 폐지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2019년 출범한 추진단이 북항을 항만 기능 외 시민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춘 곳으로 개발하려 하자 해수부 내부에서 부산에 너무 많은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기류가 많았다고 알려져 있기에 그 연장선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성혁 장관의 어정쩡한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다. 본인이 검토를 거쳐 고시까지 한 사항에 대해 ‘장관 교체기’라는 이유로 사태가 커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서다. 당시 업무 추진 과정에서 어떤 절차가 미비했는지, 경미한 사안으로 본 부분이 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속시원한 설명은 없고, 그저 “북항재개발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의 판단이 수시로 달라진다면 누가 정책을 신뢰하고 따를까 싶다.
해수부는 우여곡절이 많은 부처다. 농림부와 국토부로 쪼개져 있던 해양수산 업무를 통합해 1996년 8월 해수부로 발족했지만 여러 이유로 2008년 부처가 폐지됐다가 5년 만인 2013년 3월 부활했다. 당시 부산 시민사회의 열띤 투쟁으로 기사회생한 부처가 확정된 국책사업도 제대로 못 챙기고 중단시킨 채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제 해수부가 감사자료 분석에 들어갔다고 하니 하루빨리 결론을 내고 중단된 북항 공공콘텐츠 구축 사업을 재개하길 바란다. 북항의 주인은 해수부가 아닌, 부산 시민이다.
해양수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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