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항 장목항 등 국가어항들은 부산항 신항, 광양항 등 세계적 명성의 무역항들에 비해 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시민 실생활 밀접도는 훨씬 크다. 그런데 이들 국가어항의 시설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돼 안전사고 위험을 비롯한 각종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국가어항의 역할이 수산업 기지에서 해양레저 거점시설로 확대, 변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전국 국가어항의 5분의 1 이상이 포진한 부산 경남 울산 입장에서도 허투루 다룰 사안이 아니다. 개별 시설만 보수하는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획기적 관리체계 개선책 마련에 조속히 나서야 할 일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주요 관리 대상은 국가어항 113곳의 964개 외곽 및 계류시설이다. 부울경에는 전체 국가어항의 22%인 25곳이 있다. 부산은 다대포항과 대변항 천성항 등 3곳, 경남은 20곳, 울산은 2곳이다. 외곽시설에는 방파제와 호안이, 계류시설에는 선착장과 소형선부두 안벽 등이 포함된다. 해수부 자체 조사 결과 964개 시설 중 89개(9%)가 노후화 기준인 설치 후 30년을 넘었다. 국가어항 시설의 평균 사용연수는 17년으로, 2030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설치물이 노후화 범주에 포함될 판이다. 외곽 및 계류시설의 연식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상태도 엉망이다. 최근 실시한 안전등급 점검 결과, 26개가 C등급(보통)을 받았고 D(미흡)·E(불량) 등급도 각각 1개, 2개였다. 다대포항은 소형선부두 2개가 C등급이다.

이 같은 부실한 관리실태는 국가어항의 중요성을 간과한 데 따른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부족한 전담 인력 현황이 당국의 안일함을 대변한다. 부산해수청의 경우 전담 관리 인력이 3명뿐이다. 마산해수청은 6명이 160개 시설을 담당하고 있어 부하가 더 크다. 무역항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국가어항은 말 그대로 어장 개발 및 어선 대피에 필요한 어항으로, 국가 발전에 없어선 안될 필수시설이다. 최근에는 낚시, 해상 스포츠, 어촌체험 등 ‘생활형 사회간접자본’ 기능까지 겸해 지역경제의 중추적 시설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국가어항 관리 소홀은 이처럼 지역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개탄할 만하다. 마땅히 해수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전담 관리인력의 즉시 충원과 예산 증액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제3차 어촌·어항발전 기본계획’(2020~2024년)을 바탕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과 함께 담당인력 증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모양이다. 또 지난 5년간 연평균 423억 원이던 관련 예산도 앞으로 676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검토’와 ‘방침’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적인 예산 증액과 실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공염불’일 뿐이다. 해수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고 국회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안심하고 국가어항에 다가갈 수 있고 지역경제도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