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기습적인 폭우로 인한 부산 동구 초량지하도 침수 사고로 안타깝게도 3명의 귀한 목숨을 앗아 갔다. 이후 검찰은 침수 사고와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상 과실 치사 조사를 벌여 최근 실무 담당 공무원 1명이 구속했다.

책임 있는 고위 공무원에는 면죄부가 주어진 반면 하위직 실무 담당 공무원만 구속되자 하위직 공무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 이유는 이러한 안전 사고 발생시 모든 책임이 하위직 실무담당 공무원들에게 전가되고 사법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에 있다. 이러한 검찰 수사를 지켜 보면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숙련기술인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지금까지 이러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부산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그 결과 유사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다. 아까운 시민의 목숨만 앗아가고 있다.

2014년 여름 기습 폭우 때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2명이 희생됐다. 이후 시는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지난해 동구 초량동 지하차도에서 또다시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시의 여러 대책이 무용지물인 근본 원인은 지하차도 배수설비 등 시설물의 유지 관리에 고도의 전문숙련기술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다.

현재 이러한 지하차도 배수펌프 설비나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시설을 관할 구가 관리하고 있다.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순환 보직으로 인사가 이루어지다 보니 전문성이 결여된 하위직 직원이 시민의 생명과 관련된 시설물을 관리한다. 긴급한 상황 발생 시 위기 대응능력이 떨어 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시설물들은 평상 시 유지 관리를 철저히 하여 비상시 가동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가 이러한 시설물을 상시 점검하고 유지관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한된 인원으로 이러한 시설물을 전담하여 관리할 여건도 안되지만 특히 담당 공무원이 순환보직으로 일정 기간이 되면 부서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가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어 놓아도 근본적으로 사고를 막지 못하고 유사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자는 부산시에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전문 기술인력으로 구성된 안전관리공단의 설립을 제안하고자 한다.

만약에 안전공단의 설립이 어렵다면 현재 시설공단을 시설안전관리공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숙련기술인력으로 편성된 전담 부서를 설치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시설물에 대해 평상시에 철저한 점검과 유지 관리로 긴급 상황 발생시 대처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근본적인 대책이 이루어질 것이다.

부산 시내에는 길이 100ｍ 이상 되는 지하차도가 35곳이다. 이러한 지하차도는 여름 기습 폭우가 내릴 때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 시 철저한 점검과 유지관리다. 이런 시설물의 유지 관리는 순환보직으로 이루어지는 현 공무원 인사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일단 사고가 발생해 인명사고가 나면 항상 하위직 담당 공무원이 사법 처리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필자가 이러한 제안을 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4년 동래구 우장춘로 침수사고로 인해 2명이 희생이 되었을 때 담당 공무원이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해 초량동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비롯해 2019년 9월 광안리 공중화장실 황화가스 누출로 인해 여고생이 질식사했을 때도 수영구 공무원 4명이 검찰에 기소됐다. 2018년 4월 송도 다이빙대 사고 발생 시에도 담당 공무원이 기소됐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는 시민의 안전과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관리공단을 신설하거나 부산시설공단을 시설안전관리공단으로 확대 개편하는 공약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공학박사, 건축설비 제1호 대한민국 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