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퇴근길에 나설 때 쏟아지는 햇살을 마주할 때가 있다. 한낮도 아닌데 발갛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빛, 노을이다. 장관을 이룬다고 할까. 저무는 쓸쓸함이라고 하기에는 그 빛이 너무 밝다.

낙동강을 마주하는 서낙동강 지역인 부산 북구는 특정한 계절이나 시기가 아니라도 언제나 아름다운 노을을 마주할 수 있다. 일명 노을 맛집이랄까. 우리 구의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낙동강 덕분일 것이다.

낙동강과 노을! 구포의 노을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관광문화 자산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그래서 ‘구포이:음’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구포 원도심의 재생만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살린 북구만의 관광 콘텐츠로 기획·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장 지역적인 이야기로 특별한 것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간 우리에게 잊혀진 감동진나루터, 구포다리, 그리고 강가의 밀들과 노을로 다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우리 북구에는 이름난 관광 랜드마크는 없지만 소소한 일상과 오랜 세월 낙동강과 함께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다. 구포다리 밑에서 멱을 감고 조개를 잡던 사람, 구포다리 1060ｍ를 걸어서 대저와 구포로 오가던 사람, 세월의 때 묻은 제방에 낚싯대를 드리우던 사람의 이야기 말이다.

구포다리 길이(ｍ)에서 따온 구포역 인근 지역 번지가 대부분 1060-1, 1060-2 등으로 현재까지 사용하듯이 과거는 오래전 지난 일이 아닌 그냥 우리와 계속 함께하는 것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가장 지역적인 구포의 모습으로 북구를 새롭게 하고, 북구에서도 관광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철거된 구포다리를 그리며 강 위를 다시 걷는 감동나루길 리버워크를, 조개 잡던 낭만을 다시 느낄 감동진 문화포구를, 아름다운 노을을 더 가까이 마주하는 금빛 노을 브리지를 꿈꾼다. 우리가 그리는 모습 가운데는 항상 강과 노을이 함께하고 있다.

하루를 정리하든, 한 해를 마무리하든 또 그렇게 햇빛 같은 노을이 우리와 함께했음을 기억한다. 예전 한반도 북부와 만주에서 생산된 곡물이 구포역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 시절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것이 바로 밀이다. 황해도에서 밀은 철도를 따라 수백 ㎞를 달려 구포까지 왔으며 덕분에 역 근처에는 가루공장, 제면공장이 들어서면서 구포국수의 입소문이 시작되었다.

지난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따뜻한 한 그릇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형태의 지역 음식이 되어 어딜 가나 구포 국수집 한 곳 정도는 있기 마련이지만, 정작 구포역을 중심으로는 그리 입소문이 난 국수집이 없는 것도 슬픈 현실이다.

구포국수의 부흥을 바라면서 낙동강 노을을 스토리텔링한 지역 수제맥주 ‘놀:구포’를 론칭해 구포의 대표 노을과 밀의 콜라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자체에서 무슨 주류를 만드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우리의 가장 지역적인 재료였고, 이제는 사람이 수제맥주를 마시기 위해 구포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또한 밀을 주제로 청년 셰프를 유치하고 다양한 국수 레시피를 공모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멀리 있지 않다. 그동안 우리 주변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 삼삼오오 낙동강 다리를 걸으며 쉬엄쉬엄 구포역 앞에서 국수 한 그릇을 나눠 먹고 낙동강의 노을을 바라보며 ‘놀:구포’ 맥주를 마시는 일상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힐링을 기대해 본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여행이 되면 지역적인 관광이 되고 구포시간 여행의 출발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지난해 2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고 말했다. 이렇듯 가장 지역적인 것으로 가장 창의적인 북구만의 유일무이한 콘텐츠로 만들어나가는 여정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부산 북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