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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미얀마의 ‘거세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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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사내아이에겐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를 차지하려는 욕망이 있다고 했다. 이른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 왕에 관한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용어다. 아버지에 대한 경쟁의식을 갖다 보니, 사내아이는 아버지가 자신의 성기를 제거할 것이라는 공포에 시달린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이를 ‘거세 불안(castration anxiety)’이라 했다.

‘거세 불안’은 아이에게만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 아닌 모양이다.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시민 저항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의 최대 도시 양곤에서 최근 유사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 골목길의 지상 5~6m 높이에 가설된 빨래줄에 ‘터메인(여성의 전통 치마)’이 걸려 있고, 저항 시민 진압에 나선 군경이 그 밑을 통과하지 않고 멈춰선 장면이다. 남자가 터메인 밑으로 지나갈 경우 남성성을 잃게 된다는 오랜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프로이트가 살아생전 이를 알았다면 ‘거세 불안’은 아이 어른 등 모든 남성의 공통적 심리 현상이라며 자신의 이론을 보완했을 지도 모르겠다.

미얀마 여성의 ‘터메인 저항’에서 보듯, ‘거세 불안’은 남성의 여성 폭력을 합리화하는 구실이 된다. 미얀마 군경은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숨진 10대 여성의 시신을 도굴해 사인을 왜곡한 뒤 다시 묻고 시멘트로 봉인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어디 미얀마뿐인가. 지난 4년간 우리나라 등 전세계를 풍미한 ‘미투’ 운동에서도 남성 우위의 마초적 심리를 여실히 확인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남녀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 차례의 코로나 대유행 기간 여성의 실직은 남성보다 1.3~2.6배 많았다. 하지만 정부의 고용 대책은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래선 마초주의의 뿌리가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폭력과 전쟁의 확대·강화다. 마초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여서다. 그 비극을 미얀마에서 뼈저리게 목도한다. “큰 나라는 강의 하류와 같다. 천하의 모든 물이 만나니, 천하의 암컷이다. 암컷은 항상 고요함으로써 수컷을 이기고, 고요함으로써 몸을 아래에 둔다.” 노자의 가르침이 더욱 솔깃해진다. 그가 말하는 여성성(암컷)은 상생의 상징이다. 그는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굳은 것을 마음대로 부린다”고도 했다. 비폭력·평화 세상을 일구려면 남성 중심의 ‘거세 불안’ 신화를 허물어야 한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가 추구해야 할 ‘포스트 코로나’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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