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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체 불분명 수정아파트 재개발 바람 피해 우려 없나

재개발 헛소문 타고 집값 폭등세, 투기 못 막으면 도시재생 불가능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3-07 18:49:4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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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 경사지인 데다 일반 주택과 혼재된 탓에 부산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로 꼽혔던 동구 수정아파트에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와 함께 시범적으로 추진되는 ‘좌천동 쪽방촌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에 편승한 외부인의 작전 속에 헐값에 내놓아도 안 팔리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바람에 부산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1962년 건립된 수정아파트는 계단식 경사지의 일반 주택 사이 좁은 땅에 들어서는 바람에 사업성이 떨어져 1990년대 초부터 재건축·재개발이 시도됐지만 18개 동 중 한 곳만 재건축에 성공했다. 그런 수정아파트가 지난해 9월 좌천동 쪽방촌 1만7000㎡의 부지에 공공주택 425채를 짓는 도시재생 사업계획이 발표되면서 투기 바람에 휩쓸렸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할 동구는 좌천동 쪽방촌을 철거한 뒤 주민의 임시 거처로 사용하기 위해 채당 3300만~3500만 원을 들여 수정아파트 50채를 매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평균 3467만 원이던 수정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두 달 후 평균 6896만 원으로 뛰더니 지금은 1억 원 이상으로 폭등했다. 이 때문에 동구는 예산이 부족해 수정아파트를 8채 확보한 상태에서 매입을 중단했다.

필요한 임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쪽방촌 철거민을 수용할 곳이 없어 공공주택 건립 지연이 불가피하다. 투기세력이 수정아파트 재개발 헛소문을 퍼뜨리면서 수정아파트 도시재생에도 막대한 장애가 예상된다. 현재 수정아파트와 인근 빌라 등을 상대로 한 행정적 근거 없는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설립돼 관련 현수막이 내걸리거나 전단이 뿌려지고 있다. 수정아파트는 일부가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된 데다, 리모델링을 통해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하는 도시재생 사업구역에도 포함돼 있어 재개발은 불가능하다. 저사업성 평가가 내려진 수정아파트에 재개발 주장이 느닷없이 제기된 배후에는 아파트값을 부풀려 시세차익을 챙기려는 투기세력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추진위 현수막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했더니 공인중개사무소로 연결됐고, ‘물건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얼른 사야 한다’고 말했다”는 동구 관계자의 증언에서 이를 짐작게 한다.

더 늦기 전에 투기세력을 엄단해야 한다. 투기 바람을 막지 못하면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쪽방촌 재생사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야심차게 진행 중인 경기 광명·시흥 공공주택 공급사업도 LH 직원의 투기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 아닌가. 투기 차단을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 투기에 발목 잡혀 시초부터 휘청거린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러고서야 정부와 지자체의 사업능력을 어찌 믿을 수 있겠나. 투기세력을 막을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공공주택 공급도, 부동산가격 안정도 한낱 구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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