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월 20일 취임식을 갖고 출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50여 개의 행정명령과 법안을 통과시켜 트럼프 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바로잡는 ‘트럼프 뒤집기’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예견되었던 외교안보정책 기조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세계보건기구와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제제도나 레짐을 존중하고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다자주의, 그리고 가치 및 규범을 중시하는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외교안보정책의 진용도 갖추어졌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아시아의 차르라 불리우는 인도-태평양 전략 조정관 커트 캠벨이 핵심 인사들이다. 커트 캠벨은 최근 미국 대외정책의 방향을 전망하는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 동맹 및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합체인 D-10 그룹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글에서 그는 중국의 입김이 미치는 다수의 개발도상국가들이 포진한 비대한 국제기구보다 소수의 뜻맞는 국가들과의 ‘임무지향적인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다시 일본을 중시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책방향이 설정될 것이다. 한편 샌더스 진영의 진보적 인사들이 외교안보 진용에 합류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샌더스가 북핵 프로그램의 단계적 진전과 핵프로그램 해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를 언급했던 만큼, 진보진영 인사 유입으로 북핵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이 기대된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미 연방 하원에 한국계 의원이 4명이나 당선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이들의 의정활동이 기대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 중인 현재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다행인 점은 북핵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선택지에서 우선 순위에 있다고 최근 알려진 것이다. 반면 우려되는 점은 추가적인 대북제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정부가 취임 초기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핵 위기가 고조되었던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북핵문제 해결방식에 있어서 우리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와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해졌다.

나는 북핵문제를 이해하는 관점에는 2가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즉자적’ 사고방식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이 체제 생존을 위해 개발한 핵무기를 쉽사리 포기한다고 상상할 수 없다. 북한이 개발한 핵탄두는 소형화 및 경량화에 도달했고, ICBM급 화성계열의 미사일과 SLBM급 북극성 계열의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최근에는 전술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당의 핵·경제 병진 국가발전 정치노선, 핵개발 관련 제도와 기구, 젊은 과학자집단 등 이미 하나의 제도와 문화로 자리잡은 모든 것을 특별한 상황 발전 없이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름 합리적인 이 사고방식에 따른 북핵해법은 경제제재와 그 효과로서의 레짐 붕괴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해법은 실패로 귀결되어 북한의 핵무장을 초래했다. 지금도 워싱턴 보수적 정책서클은 대북제재 강화의 목소리를 바이든 행정부에 내고 있다.

둘째는 ‘미래 경로의존적’ 사고방식이다. 비핵화는 이미 저 멀리 진행된 북한의 핵개발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마치 바둑의 고수들이 몇 수 앞을 예측해서 경로의존적인 맥점들을 찾듯이 다시 되돌리기 어렵게 해야하는 협상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 결과 종착지점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로서 인식되도록, 다시 말해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거론되고 있는 꼼꼼하게 마련된 핵폐기 검증절차와 스냅백 조항도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시간은 바이든 행정부의 편이 아니다. 북한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전술핵무기 개발 등 확증보복전략을 넘어서는 핵보유국으로 진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시즌 2가 열리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