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공동으로 안전하고 내실 있는 학사운영이 되도록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학교 안팎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추진된 이후 우리 모두의 활동은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정해지고 학생들은 더욱 세분된 단계의 적용을 받게 되어 있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일상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고, 우리의 모든 생활과 민감하게 접하면서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상어가 되었다. 그런데 일상어는 필요한 어떤 것, 해결해야 할 어떤 것으로 대상화되어 우리가 많이 사용하면서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게 되며, 우리 또한 반복적 사용으로 익숙해진 나머지 그 언어의 프레임에 갇히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언어가 프레임을 활성화(비록 그는 정치적 논점이지만)하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는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이다. 그래서 ‘사회적’이라는 언어 속에는 공동체적으로 달성할 그 어떤 목적이 있으며, 이를 위한 유대감과 도덕성을 전제로 하는 관계 맺음이 있다. 즉, ‘사회적’이라고 할 때 모든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하기에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는 ‘사회적’이라는 참된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가장 큰 문제는 집단으로부터의 분리이였다. 직장으로부터, 학교로부터, 공적 또는 사적 모임으로부터, 심지어 가족으로부터 격리되기도 했다. 지난 한 해, 이러한 직·간접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이상으로 주변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특히 격변의 시기에 가족 친구 선생님 이웃 등 주변 사람들과 연결하는 사회적 유대감은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감정이 우리 모두를 한 공동체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내집단-외집단 편향’이라고 하는 것으로 우리가 모두 함께 공존하는 존재로 느껴질 때 다른 사람을 악마화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부산 북구의 한 지역에 전국 최초로 동 단위의 특별방역조치가 내려지면서 한참을 ‘코로나 동네’로 낙인이 찍히게 되고, 해당 지역 주민은 말도 안 되게 악마화되어 인근 동네의 가게로부터도 출입을 제한받는 등 차별을 받았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누구라도 더는 악마화되거나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 또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를 좁혀 나가야 한다. 지금은 이전 시대와는 다르게 같은 물리적 공간이 아닐지라도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 화상회의, 팟캐스트, 라이브 스트림,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이 있고, 물론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으며 전화로 통화할 수도 있어 누구나 원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
원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는 영어의 ‘social distancing’에서 왔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 용어가 적절하지 못하다며 이를 ‘physical distancing(신체적 거리두기)’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영향을 받은 국내 일부에서는 사람의 느낌이 없는 ‘물리적 거리두기’ 또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거리두기’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하기에는 자칫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 정서적으로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듯한데 여전히 공식적 용어는 바뀌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러한 재난은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거리두기’하는 이유를 잘 드러내면서도 건강한 사회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특히 학생들의 언어 감수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용어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한 거리두기, ‘공존적 거리두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인·전 충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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