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승부처는 집행 과정에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수립되던 당시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말이다. 아무리 좋은 방향성을 지닌 정책이 만들어진다 한들, 집행 과정에서 정책 수립의 목적이 되는 당사자에게 제대로 가닿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청년 당사자 참여로 만들어진 청년정책은 정책의 도입을 넘어, 어떤 배경과 맥락 하에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청년을 대하는 관점’ 자체가 구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청년기본법이 제정되고, 청년정책이 본격화하는 첫 해이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청년문제에 대한 동일한 현장 감각을 갖고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둔 부산에서는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가덕신공항, 기업 유치 등 대규모 경제 개발과 인프라 확충으로 일자리를 마련해 청년유출을 막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부산의 청년문제가 심각하며 청년이 지역사회에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청년이 지역사회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여전히 청년의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지역사회 유지와 경제성장을 위한 역군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청년정책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음에도 지역 청년들의 삶은 여전히 ‘버팀’의 연속일 것이라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청년정책은 지난 17년간 ‘청년문제=일자리문제’로 놓고, 일자리 마련을 위해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왔다. 청년의 고용 여건과 지표는 나아지지 않았고, 청년이 겪는 사회 문제는 주거 부채 마음건강 등 삶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먼저 반응한 것은 지방정부였으며, 2015년 서울시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청년을 ‘교육과정을 마치고 사회로 진입하는 이행 상태에 놓인 사람’으로 재정의했다. 세대 내 격차와 불평등을 심화요인으로 보고, 이행기 전반의 불안정성을 낮추기 위한 종합정책화가 시작됐다. 여기에서 지방정부가 먼저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청년의 삶을 더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방정부가 현장에 발을 딛고 만들어낸 ‘서울시 청년수당’, ‘전주시 청년건강검진사업’, ‘제주도 청년갭이어’, ‘부산시 청년월세지원사업’은 지역 청년들에게 높은 체감도와 함께 효과성을 입증 받았다. 이 사업들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달라진 사회 환경 속 청년이 겪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이렇듯 청년정책은 지방정부와 청년들의 상호작용 속에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내며 발전해 왔다.
그렇기에 요즘에 부산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은 “지역이 청년을 제대로 만나려 하지 않는다면, 청년은 과연 어디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부산에 계속 머물러도, 나는 정말로 괜찮아질 수 있는 걸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답답한 상황들의 연속이다.
부산시는 2019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본격적으로 청년정책을 도입했다. 20년 기준 부산시 청년정책 예산(국비, 시비 포함)은 부산시 전체 예산 대비 0.7%, 국비의존도는 약 50%, 대상규모(시설, 어플사용 제외)는 부산청년인구의 6.2%로, 타 시도 대비 예산이 적고, 국비 의존도가 높다. 예산은 해당 사안에 대한 실제 관심도를 반영하는데 예산과 사업을 놓고 보면 부산이 적극적으로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청년 삶의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졌으나 21년 마음건강 신규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등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이 주요한 결정과정에서 후 순위로 밀려나는 것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진짜’ 환대이다. 청년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을 위한 정책이 현재에 발을 붙이고 있지 못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버팀은 침묵을 동반하기에, 21년에는 더욱 많은 청년들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곳곳에 울려 퍼져야 한다. 청년들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어줄 이들이 존재할 때, 살아있는 이야기로 울려 퍼질 수 있다. 진정한 다이내믹 부산이 되길 바란다.
부산시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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