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의 절반이 시내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산경실련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시내버스를 안 타는 이유는 긴 배차간격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신속성과 정시성이 낮은 점도 불편 사유로 꼽혔다. 버스는 오래 기다려야 되고 목적지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며 그마저도 정확한 소요시간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도시철도나 자가용에 비해 시내버스가 여러 단점을 가졌다는 게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부산시는 그동안 많은 정책을 폈다. 준공영제를 시행해 노선을 개편하고 버스중앙전용차로(BRT)를 만들어 교통 흐름을 개선하는 한편, 정류소마다 알림시스템을 설치해 도착시간의 예측성을 높였다. 그런데도 불편이 여전하다면 한번쯤 시스템 전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일 큰 불만 사항으로 꼽힌 배차간격의 경우 현재도 일부 노선에서는 출근시간대에 차를 많이 투입하는 집중배차제를 실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시내버스 주 이용층이 누구냐에 따라 이런 제도의 실효성이나 체감도는 다를 수 있다. 주부나 노인의 활동시간대는 주로 한낮이기 때문이다.

시내버스는 도심 생활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교통수단이다. 도시철도가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산복도로같은 교통 소외지역의 시내버스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부산시가 혈세를 들여 해당업계를 지원하는 이유도 버스가 가진 이런 공공성 때문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투입된 세금은 2019년 1800억 원이었고, 작년엔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급감 탓에 지원금이 20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시내버스의 수송분담률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통계자료를 보면 2015년 25.9%를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 2018년엔 24.9%로 주저앉았다. 19% 안팎인 도시철도와의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기사 불친절, 무정차 통과 등 민원 접수 건수도 증가세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는데 이용률과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무료 환승과 BRT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시민 눈높이에서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부산시가 지난달 버스조합과 체결한 준공영제 시행협약에는 노선 개편 계획이 포함돼 있다. 관련 용역에서 결론이 나오는 대로 전체 144개 중 82개 노선이 단계적으로 줄거나 늘거나 바뀐다. 부산시는 이를 바탕으로 도시철도로는 환승을 해야 하지만 시내버스로는 단번에 갈 수 있는 차별화된 노선을 개발하고 시내 교통체계를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에 최적화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수송분담률이 지금 같은 추세로 계속 떨어지고 세금 부담이 커지면 준공영제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더 강하게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버스업계도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승객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