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는 자녀교육을 위해 고향에서 올라와 기능공으로 대한조선공사 영도조선소에서 일하셨다. 대학재학 시절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고 고용유지를 위해서 어떻게든 영도조선소를 살려보려는 부산시민사회의 요구와는 달리 조선소의 존속은 힘들다는 것이 대부분의 해운조선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영도조선소가 약 8만여평에 지나지 않는 협소한 부지에, 80년이 되어가는 시설의 노후화로 생산성이 나빠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영도조선소는 노후화된 장비교체 및 기존 도크 활용 등을 통해 비용절감을 도모한다고 해도, 향후 해운조선 경기 변화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 경영상 어려움 지속, 현재 추진 중인 북항 재개발 사업, 영도재생사업의 지리적 단절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이전이 불가피하다. 부산시민사회는 경쟁력이 없는 곳에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라고 채근할 것이 아니라 보다 큰 그림을 가지고 기업을 뛰어넘어 부산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영도조선소가 사라지게 되면 결국 고용유지와 원부지의 활용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남게 될 것이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이전하게 되면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협력업체 및 상권의 붕괴에 다른 추가적인 인구감소가 예상된다. 따라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어떻게 부산권역에 확보할 것인가는 부산권역에 영도조선소의 이전가능 부지가 있는지 찾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도크의 활용으로 성공한 사례는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에서 찾을 수 있다. 요코하마는 원도심에 위치하여 경쟁력을 상실한 기존 미쯔비시 조선소를 인근 지역(8㎞ 근방)으로 이전하여 관할 내 기간산업의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주민의 취업률 증가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였다.

조선소 특성상 넓은 면적이 필요하고 해안지역에 위치해야 하는 입지적 요건을 고려한다면 적정 이전 부지 선정은 쉽지 않지만, 답은 부산신항 2단계 개발과 함께 다수의 조선기자재업체가 입지해 있는 부산 강서지역을 중심으로 찾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부산항 신항개발계획에는 LNG(액화천연가스) 벙커링 터미널, 2만TEU 이상의 대형선박 수리가 가능한 수리조선단지를 유치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 대형수리조선소는 수리비용 및 기술경쟁력에서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이다. 따라서 인건비 경쟁이 심한 수리조선보다는 부가가치가 큰 신조선이 가능한 영도조선소를 부산신항 2단계지역에 유치하고 일자리 창출, 해운과 조선, 조선기자재가 연계되는 해사클러스터로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군함 등의 특수선 건조로 특화하여 영도조선소를 살리자는 방안도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이미 경쟁력 없음이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영도조선소 원부지는 어떻게 활용하여야 하는가? 영도조선소는 천혜의 자연조건, 교통의 요지에 있고, 관광·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동부산과 서부산을 잇는 고가도로(광안대교, 부산항 대교, 남항대교)의 중간 지점으로 사람과 교통이 집중되는 요지이다. 영도구와 원도심의 도시재생사업 전체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게 될 핵심적인 지역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영도조선소의 현부지는 난개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난 뒤, 부산북항 재개발과 연계하여 해양수도 부산의 랜드마크가 되고 해사클러스터의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 대표적인 항만도시 재생사업에서 중심축의 역할을 한 것은 원도심에 입지하기 때문에 시설확장이 불가하고 노후되어 경쟁력을 상실한 영도조선소와 같은 대형도크 활용사업이다. 영국 런던의 문화수도계획, 미국 뉴욕의 해군공창 재개발계획,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등이 대표적이다. 노후도크를 활용하여 역사적 유산의 보존, 재생사업을 통한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와의 연계가 강조되었다.

따라서 부산시는 영도조선소의 현 위치 유지를 고수하기보다는 부산신항 2단계와 연계하여 이전 가능 부지를 찾아서 지역 일자리도 유지하면서 해운 조선 조선기자재 수리조선 등 해사클러스터 전반을 고려한 대응을 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런던, 뉴욕, 요코하마와 같이 항만재개발의 핵심지역으로 영도조선소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