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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청년의 꿈이 작아진다 /이노성

꿈이 사치가 된 젊은 세대, 코로나·실업·빚에 내몰려

권력다툼에 매몰된 정치, 청년이 포부 찾도록 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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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 키우는 아빠.”

20대 청년의 꿈은 소박했다. 대통령이나 노벨상도 아니고 평범한 가장이라니. “꿈이 작은 것 같다”는 질책성 질문에 그는 3초간 눈을 껌뻑거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저씨에게 쉽게 설명할 단어를 찾는 듯. “정규직이 돼 결혼하고 아이 낳아 이사 걱정 없이 사는 게 대통령 당선 만큼 중요해요. 당장 부모님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부터 탈출하고 싶은데….” 그는 단골 음식점의 아르바이트생. “어차피 못 이룰 꿈이라면 거창해도 되지 않냐”고 되묻자 반찬그릇을 응시하던 그의 눈이 반문했다. “중산층만큼 큰 꿈이 또 있나요?”

20대 직장 후배도 다르지 않았다. “꿈이요? 흠…. 30대에 내 집 마련!” 인턴기자 두 명은 “독립영화 일을 하고 싶은데 돈이 안 될 것 같다” “코로나19 탓에 언론사 채용이 줄었다”며 날숨을 쉬었다. “솔직히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생존이 먼저니까. 공무원이 인생 목표인 시대에 ‘이루지 못할 꿈’은 오히려 사치 같아요.”

해묵은 청년 이야기를 꺼낸 건 ‘게임 체인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판은 공동체와 사회적 약자 보호는 뒷전이고 권력다툼만 한다. 2030세대를 위한 백신에는 누구도 관심 없다. 여의도는 오히려 1년 넘게 막장 드라마에 빠졌다. 주연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주제는 엘리트 집단의 권력 다툼인데 시청률은 고공행진이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채널을 돌리지 못한다. 검찰은 ‘99만 원 불기소 세트’라는 웃음코드를 배치하는 센스도 보여줬다. “내 두 달치 월급을 술값으로 쓰는 별나라 세상”이라는 SNS 댓글에는 ‘권력 물정 모른다’는 비아냥이 달렸다. 추 장관의 ‘쇼’도 일품. 그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정기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하자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꺼내 읽어 화제성 1위에 등극했다.

추·윤 대전의 승자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건 전쟁이 지속될수록 관객은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잠시만 눈을 돌려도 감염 걱정과 실업률·집값 폭등에 괴로워하는 2030이 보인다. 주말 매상이 1만 원도 안되는 자영업자나 대리운전으로 먹고 사는 청년에게 ‘기쁜 날도 올거야’라는 위로조차 건네기 어려운 현실 아닌가. 검찰개혁이나 정치개혁을 우선순위에 두는 국민조차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에 목을 매는 처지다. ‘생계의 임계점’에 다다른 이웃은 차고 넘친다.

청년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코로나19다. 당장 채용 문이 닫혔다. 올해 10월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42만 명 줄었다. 6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 청년층 취업자는 25만 명 감소했다. 자영업 위기는 임시직 실종으로 이어졌다. 자격증 시험이 취소되고 ‘공부방’ 역할을 하던 카페는 썰렁해졌다. 청년에게 2020년은 ‘리셋’의 대상일 뿐이다. 간신히 취업해도 안전하지 않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중대기업재해처벌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용균이 지켜봤다면 지독하게 슬퍼하지 않았을까.

결혼해도 평생 빚에 시달린다. 통계청의 ‘신혼부부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신고 5년 이내의 부산 신혼부부는 총 7만2403쌍으로 1년새 6.9% 줄었다. 결혼에 성공한 부부 중 85.8%가 빚을 졌다. 대출 잔액이 1억 원 이상인 비율은 54%나 됐다. 소득은 대출 규모를 따라가지 못한다. 신혼부부의 연소득(평균 5055만 원)은 대출 잔액 중앙값(1억979만 원)의 절반에 그쳤다. 월급으론 내 집 마련이 어려우니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판으로 달려간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외로움도 커진다. 누군가는 더 가난해져서 서럽고 누군가는 불공정에 운다. 팬데믹은 특히 삶의 기반이 허약한 2030세대를 잔인하게 파고든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 사망자 수는 지난해보다 무려 43% 늘었다. 올해 1~8월 자살을 시도한 20대 여성은 전체 자살 시도자의 19.9%로 모든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1위였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20대 여성도 38.7% 급증했다. 이쯤되면 ‘청년 정신건강 사망보고서’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전문가들은 “끊임없는 ‘노~오력’에도 희망을 찾을 수가 없으니 염세주의에 사로잡힌다”고 진단한다.

청년이 죽든 말든 여야는 새해 벽두부터 부산·서울시장과 내후년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할 것이다. 177석에 도취한 세력과 헛발질만 해대는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유권자는 또 기도할 것이다. 세상의 아픔에 공감하는 정치, 청년이 청년다운 포부를 펼치도록 돕는 정치의 복원을 간절히 바라는 기도. 너무 큰 꿈인가. 다행히 우리 국민은 역대 선거에서 늘 현명한 선택을 했다.

디지털국장 ns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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