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도시는 오랫동안 도시계획에서 세계 최고의 모델로 칭송받아 왔다.”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론리 플래닛’에 나오는 쿠리치바(Curitiba) 시에 대한 설명이다. 브라질 남서부 파라나 주의 주도이자 인구 200만 명 남짓한 이 도시의 명성은 지구촌에 자자하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 ‘희망의 도시’, ‘유엔(UN)이 선정한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등으로도 불린다. 쿠리치바 시민들의 자부심도 자못 높기만 하다.

그리고 이 도시의 별칭은 또 있다. ‘BRT의 고향’. 쿠리치바는 1974년 세계 최초로 도시 중심가의 중앙차로를 이용한 간선급행버스시스템(BRT, Bus rapid transit)을 도입해 대중교통 혁명을 이룬 곳으로 유명하다. 지하철 대신 지상에 간선급행버스 전용 차로를 설치하고 한번에 270명을 태울 수 있는 3단 굴절버스를 운행하면서 완벽한 환승체계까지 갖췄다. 교통난 해소는 물론 대기환경 생태보호 효과까지 톡톡히 거뒀다. 이 시스템은 이후 남미 각국과 미국뿐 아니라 서울 부산에까지 수출됐다.

최근 전해진 부산시민 중 62%가 BRT 시스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는 소식이 눈에 띈다. 서면~충무로(2021년 개통), 서면~사상(2022년 개통) BRT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여졌다. 그런데 BRT와 관련해 한 번쯤 새겨봐야 할 철학적 가치가 있다. 쿠리치바 BRT 탄생의 바탕에는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을 도시 공동체 안으로 끌어 안으려는 마음으로 도시를 운영한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1937년 생) 시장의 행정 철학이 자리잡고 있었다.

1971년부터 1992년까지 세 차례나 시장을 역임한 그는 빈곤층이 쉽게 다닐 수 있도록 BRT를 만들고 승강장 높이를 돋워 장애인들을 챙겼으며 튜브형 대기실에서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나아가 교육 청소 주택 문화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정책 마다 약자에 대한 배려의 철학이 깨알처럼 박혀있다. 그런 까닭인지, 수년 전 출간된 ‘빈곤의 연대기(박선미 김희순 공저·갈라파고스·2015)’에서는 쿠리치바를 ‘약한 이를 위한 강한 도시’라 명명했다. 한편으로는 그의 건강한 철학을 믿고 34세에 불과한 청년을 시장으로 선출, 가난한 도시를 함께 바꿔 보자며 협력한 시민들의 혜안이야 말로 쿠리치바의 진정한 강점이자 자부심이라 할 만하다. 시장 보궐선거를 넉 달 앞둔 부산시민이 더불어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은가.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