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가덕도 외양포를 어이할꼬 /오광수

일제 포대 흔적 남아 있어…치욕의 역사 외면해선 안 돼

가까운 곳에 있는 근대 유산, 보존·활용하는 방안 고민을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덕 활주로 방향 틀어 해상매립비 6000억 줄인다’(국제신문 지난 11월 19일 자 1면 보도)는 기사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외양포는…’. 기사는 부산시가 기술검토용역을 통해 가덕신공항의 활주로 변경안을 검증한다는 내용이다. 시는 가덕신공항 활주로 방향을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사전타당성 조사 당시 수립했던 안보다 남쪽으로 20도 틀어 해상 매립 비율을 75%에서 43%로 대폭 낮출 방침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애초 신공항 건설 부지로 예정돼 있던 가덕도 대항항 일대는 물론 이곳에서 언덕 하나만 넘으면 만나는 외양포도 사업지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외양포 바로 옆의 국수봉 절취 부분에 공항 부대시설을 주로 배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까닭이다. 대항항의 대항방파제와 외양포 간 직선거리는 200m 조금 넘을 정도로 무척 가깝다.

외양포가 어떤 곳인가. 이곳에는 일제 ‘진해만 요새사령부’가 100여 년 전 주둔했다. 지금도 포진지와 화약고, 엄폐 막사를 비롯해 사령관실과 헌병부 막사, 사병 숙소 등 군사시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는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됐던 결과다. 1904년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대한해협을 겨냥한 군사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포대사령부를 외양포에 구축했다. 외양포 포진지 입구에 서 있는 ‘사령부 발상지지’라는 요새사령부 건립비는 이를 증명한다. 비문에는 1905년 5월 7일 외양포에 ‘상륙’했다는 기록이 또렷하다. 말이 상륙이지 일제는 다짜고짜 외양포 주민을 몰아내고 요새를 세웠다. 대한제국이 사실상 식민지로 전락한 을사늑약(1905년 11월 17일) 직전의 일이었다. 주민이 쫓겨난 마을 전체는 일제의 병영이 됐다.

지역사회에서 가덕신공항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마당에 가덕도의 자그마한 ‘일제 병영 마을’을 새삼 거론하는 게 생뚱맞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게다가 식민지시기에 들어선 근대문화유산을 둘러싸고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짚고 넘어가자. 외양포의 사례처럼 100여 년 전 한 마을 풍경을, 그것도 세트화돼 보존되는 곳은 부산에서 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외양포 근처 대항 새바지에는 패망을 앞둔 일제가 최후의 발악을 했던 인공동굴들이 있다. 일제가 전국에서 광산 기술자 등을 징발해 동굴을 파도록 했다. 일제의 잔재라고 해도 거기에는 식민지시기 나라 잃은 백성의 피와 눈물이 배어 있다. 그만큼 역사성과 장소성이 크다.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사이 옛 부산역 청사가, 남선창고가, 옛 부산세관 청사가 헐리고 사라졌다.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치욕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역사민속학자 유승훈 씨는 그의 책 ‘문화유산 일번지’(2015, 글항아리)에서 ‘일제의 잔재가 넘쳐나는’ 전북 군산의 근대건축물에 관한 논쟁의 해법을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찾는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30년대 ‘쌀 수탈의 도시’ 군산의 사회상이다. 그는 “충청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타고 흐르다가 하구에 이르러 조수와 휩쓸리면서 흐릿한 탁류가 되는 금강이야말로 1930년대 군산에 살았던 사람들의 세태다. (…) 금강이 하구에 이르러 이질적인 토사와 섞이면서 흐려지는 것을 과연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 탁류같이 흐르는 삶은 결코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추하지도 않다. 식민지의 일상을 담담하게 살펴본 채만식과 같이 군산에 남겨진 일제강점기의 유산도 예사로이 흐르는 탁류처럼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라고 묻는다. 근대건축물의 철거냐, 보존이냐는 이분법 시각과 다르다.

식민지시기의 건축물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당대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된다. 이는 가장 먼저 근대개항을 이루었던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시공간적 자산이기도 하다. 결국 어떻게 해석하고 보존하며 활용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멀리 있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는 역사적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살려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유승훈 씨는 또 ‘가까운 곳에 있는 문화유산’의 의미에 관해 같은 책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 시간과 공간을 가까이하는, 그래서 나와 관계가 깊은 문화유산이야말로 먼저 알아야 할 뿐 아니라 더욱 소중한 법이다. (…) 내가 먼저 돌보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 바로 곁에 있는 가족과 이웃이듯, 내가 먼저 살펴보고 관심을 가져야 할 문화유산도 평소 걷는 거리에 있는 문화유산이다. 내 가까이에 있는 골목길에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꽤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래된 이발소, 마천루 사이에서 살아남은 한옥, 골목길을 지키는 그 옛날의 다방, 일제강점기에 지은 일본인 가옥 등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든 문화의 지층들이 살아 있다. (…) 길은 먼 곳에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

편집국 부국장,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inmin@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덕신공항 28조원 억지주장 당장 멈춰라
  2. 2'장제원 아들' 노엘 폭행시비 동영상 공개 후 여론 급반전
  3. 3'학폭 논란' 아이돌, 결국 활동 중단
  4. 4'소림축구' 홍콩 영화배우 우멍다 간암으로 사망
  5. 5아버지 이어 딸도 음주운전자 신고…부전여전 시민의식
  6. 6부산 신규 확진자 16명…사흘 만에 두자리대
  7. 7부산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최종 단계 돌입
  8. 8워렌 버핏, "결코 미국에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
  9. 9코로나19 확진자 이틀만에 300명대로… 수도권 비율 80% 넘어
  10. 10'특별법 제정' 가덕신공항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1. 1부산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최종 단계 돌입
  2. 2홍준표, 이재명 향해 "양아치 같은 행동" 비판
  3. 3천안함 최원일 함장 28일 전역...대령 명예진급
  4. 4이낙연 대표 "동남권 메가시티 본격화될 것"
  5. 5가덕신공항 특별법 드디어 국회 통과... 돌이킬 수 없는 국책 사업 내딛는다
  6. 6문 대통령 가덕 찾아 신공항 쐐기…부전역·신항서 메가시티 힘싣기
  7. 7국힘 부산의원들 “문재인 대통령, 가덕 재 뿌리는 국토장관 경질을”
  8. 8박형준 “확실히 이길 후보” 이언주 “큰 약점 없는 사람” 박성훈 “세대교체 이뤄야”
  9. 9‘부정 청약 모르고 주택 구매’ 소명하면 구제한다
  10. 10여당 후보 합동토론회서 야당 박형준 난타 “MB 불법사찰 진상 밝히고 사죄해야”
  1. 1[최현진의 수소경제]정부, 수소 관련 규제 없앤다
  2. 2세계 톱3 미래차 부품단지 조성…4300명 일자리 만든다
  3. 3연금 복권 720 제43회
  4. 4동백전, 기존 운영사 KT와 계약 한 달 연장
  5. 5대기업 47% “상반기 대졸신입 뽑는다”
  6. 6부산 경제계 "가덕신공항 특별법 본회의 통과 환영"
  7. 7“그림 한 점 들이세요” 예술작품 파는 백화점
  8. 8도시공원·GB 내 수소충전소 허용
  9. 9코스피 3000선 회복
  10. 10S&T그룹, 중동 방산전시회서 기술력 과시
  1. 1아버지 이어 딸도 음주운전자 신고…부전여전 시민의식
  2. 2부산 신규 확진자 16명…사흘 만에 두자리대
  3. 3코로나19 확진자 이틀만에 300명대로… 수도권 비율 80% 넘어
  4. 4'특별법 제정' 가덕신공항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5. 5만덕터널 지난 오토바이 도랑 아래로 추락, 운전자 사망
  6. 6감천사거리 인근 도로서 60대 여성 차에 치여 숨져
  7. 7법원, 3·1절 9인 차량시위 허용…대규모집회 불허
  8. 8도로 낙하물 탓 2중 추돌사고, 발화까지 이어져
  9. 9양식장관리선 방파제 연결 교각 충돌 후 끼여
  10. 10경남도, 창원 진해구 웅천·남산지구 개발사업 예정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1. 1기성용 개막전 뒤 기자회견 자처...자비는 없을 것
  2. 2쑥쑥 크는 ‘내일의 거인’…주전 경쟁 후끈
  3. 3기성용 성폭행 의혹 반박…“결코 그런 일 없었다”
  4. 4부산시설공단 1승 선착…“삼척서 끝낸다”
  5. 5BNK 포워드 구슬, ‘식스우먼상’ 수상
  6. 6부산시설공단 통합우승 '우뚝'...절대 1강 면모 과시
  7. 7추신수 vs 스트레일리 ‘창과 방패’ 누가 셀까
  8. 8우즈, 제네시스 몰다 전복사고 다리 부상
  9. 9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무산되나
  10. 10롯데 27일 청백전…유튜브로 생중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미래 /홍순헌
위기의 역설 그리고 부산 /신상해
기자수첩 [전체보기]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서장 관사 내 수상한 돈·황금 출처 제대로 밝혀라 /이준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벤 호건 재기상
뭉크의 낙서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대통령 힘 실은 가덕신공항, 특별법 반드시 통과를
오늘(26일)부터 시작 백신 접종, 일정에 한치 차질 없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1년짜리 부산시장 안 되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