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일찍 왔소. 나는 소.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라우. 나온 김에 소개부터.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1일 연하우표 2종 67만2000장과 소형 시트 11만 세트를 발행하며 나를 여유와 풍요, 힘의 상징이라 했다우. 평화롭게 새끼를 거느리는 모습은 여유, ‘소의 형국에 묏자리를 쓰면 자손이 부자가 된다’거나 ‘소같이 일 한다’는 말은 풍요와 힘을 나타낸다 하겠소.

목이 풀렸으니 한 대목 더. ‘소가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고 했소. 나를 얼추 사람 대접하는 셈인데, 조선을 대표하는 정승 황희의 젊은 시절 이야기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안다우. 황희가 농부에게 물었다잖소. “두 마리 가운데 어느 소가 더 열심히 일하우?” 농부가 귀엣말로 대답했으니 그 이유가 걸작이라우. “비록 짐승일지라도 사람과 다를 바 없어 질투하지 않겠소.” 그러니 불가에서 사람이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 ‘심우도’(尋牛圖)로 표현하지 않았겠소.

이제 나온 이유로 들어갈라우. 사람들은 남이 제 말을 한다고 느낄 때 ‘귀가 가렵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소. 사람들은 귀가 간질간질하면 귀이개로 후비기나 하겠지만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이렇게 하소연하는 거라우. ‘소가 웃을 문제’라고 들어봤소.

‘1993년 첫 수능이 치러진 이래 올해 응시생이 42만6344명으로 역대 최저다. 저출산의 여파에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재수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늘어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응시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쉬운 수능’으로 난이도 조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 듯하다. 한국사 1번과 20번 문항이 대표적이다. 1번 문항은 구석기시대 ‘뗀석기’ 유물인 ‘주먹도끼’를 물었고, 20번 문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 일부를 제시한 뒤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을 맞히는 것이었다. 정답을 가리기가 너무 수월해 난이도 조절이라기 보다 실패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희 이야기처럼 나도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알아듣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대한민국의 역량도 인정하우. 영국 BBC방송은 “팬데믹에도 멈추지 않을 정도로 인생을 바꾸는 시험”이라잖았소. 그렇다면 교육부가 더 꼼꼼히 챙겼어야 했소. 더 큰 문제는 어설픈 수능 난이도 조절이 아니라 논술이나 실기, 면접 등 대학별 전형에서 한 사람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특단의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우. 이건 대학에 맡길 게 아니라 교육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잖소. 음메 ~.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