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40명이 넘는 어선원들이 사고와 선상에서 얻은 질병으로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지난 8월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적했지만 우리 사회는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선원은 상선선원과 어선원으로 구분되고 어선원은 다시 원양어선원과 연근해어선원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가장 열악한 것이 바로 연근해 어선원이다.
얼마나 많은 어선원들이 죽어 나가야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것인지, 어선원의 산업재해 예방과 건강복지를 위하여 관계기관이 무슨 새로운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선원들은 한번 투망한 그물을 걷어 올리기까지 계속된 야간조업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산재 사고의 위험이 높아도 선상근무의 특성상 쉬지도 못한다. 사고가 발생해도 회항이 불가하여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한 손가락이 괴사되고 발가락이 잘려나간다. 제대로 상비약을 갖추지 못하고 본인이 알아서 약품을 준비해야 한다. 제주도 남방해역이나 대화퇴 해역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헬기를 탑재한 해경 경비함의 투입이 물리적으로 어려워 다른 어선으로 갈아타고 이송하다가 골든타임 놓치고 사망에 이르는 선원도 있다.
하지만 이건 약과이다. 작업도중 발가락이 절단되었음에도 승선한지 1개월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비급여처리를 당하는 선원, 작업도중 쓰러진 선원을 헬기 후송까지 해서 대응했지만 고령이라는 이유로 직무 외 처리를 당하는 선원, 여기다 전국에 수협공제가 지정한 병원은 500개에 불과하고, 통상적인 산재처리에 비하여 상병보상처리는 3개월 이상 소요되기에 그 기간 동안 자기 돈으로 우선 치료를 받아야 해 생계위협을 받고 있는 선원, 사고 이전에 한 번이라도 치료경력이 있으면 기저질환으로 처리, 재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선상근무 중에 식중독, 어깨통증, 어깨 결림 등이 발병하더라도 과거에 한번이라도 동일한 병명으로 치료를 받았으면 보상받지 못한다.
이런 사례 하나하나를 접할 때마다 자갈치 어시장을 막아서 국민식탁에 싱싱한 생선이 올라가는 것을 막고, 청와대 앞에 고등어 비린내와 함께 선망어선원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갖다가 전시해야만 더 이상 억울한 사연이 없어질 것인지 관계당국에 묻고 싶다.
어선에서 승선 중에 발생한 질병은 무조건 직무상 질병으로 처리해 줘야 함에도 현재는 직무상도 아니고 직무 외 질병도 아닌 것으로 처리해서 전혀 보상받지 못하게 하는 사실을 당국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선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산재를 당하고 있을 때, 같은 처지의 육상 근로자들은 어떠한가? 1987년 제정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법에 의거 설립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일명 산안공)을 통하여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주가 재해예방에 힘쓰게 하여 결과적으로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 공단은 산업안전사업으로 작업장의 위험성평가 컨설팅, 직업건강사업으로 작업환경실태조사, 작업환경개선, 질식재해예방, 근로자건강증진, 근골격계질환예방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유해인자에 노출된 근로자를 대상으로는 특수건강진단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정부가 재해예방을 위해 엄청난 지원을 하는 건설업이나 조선업의 산업재해 발생률보다 어선의 그것이 2배가 더 높다. 왜 육상근로자들은 작업 배치 전에 건강진단을 받고 유해인자에 노출된 경우 특수건강진단까지 받는데 어선원은 그렇게 못하는가? 전국에 수천 개의 산재병원이 있는데 왜 어선원들은 한정된 병원에서만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선원들의 사망사고, 산재사고가 같은 선진국인 일본, 캐나다, 노르웨이에 비교하여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아니한가. 이제 육상의 산안공과 같은 어선원의 안전과 보건을 책임질 해양수산재해예방안전보건공단을 설립해서 정부가 책임지고 산재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어선원과 상선선원을 포괄한 해양수산안전보건공단을 설립하여 해상에서의 산업재해예방과 선원들의 건강복지증진을 위한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정부재정상 선원을 위한 안전보건공단 설립이 어렵다면 산안공법에 어선원을 위한 특별 규정을 추가해서라도 현재의 체제를 타파할 것을 제안한다.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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