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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울경과 남명(南冥) 정신 /손균근

敬·義 중심 실천 학풍 세워 조선 벼슬 사양·처사상 확립…민본·상호 존중 현재도 유효

가덕 ‘딴지’ 지역 주권 위협…내년 탄생 520년 뜻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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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은 ‘직선’이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옳은 것이 될 수 없다는 비타협적 특성이 어느 지역보다 강하다. 옳다고 내린 결정을 행동에 옮기는 것도 빠르다. 작은 물은 바위를 우회하는 ‘곡선’을 그린다. 큰 물은 바위를 타고 넘는다. 부울경은 웬만해선 돌려세우기 힘든 ‘큰 물’이다. 이런 부울경을 혹자는 ‘거칠다’거나 ‘무모하다’고 말한다. 부울경의 겉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속을 본 이들은 ‘의롭고 진취적이다’고 한다.

부울경은 그른 일에 저항했고, 바른 일에는 몸을 먼저 움직였다. 부울경이 역사에 남긴 족적이 이를 증명한다. 의병·항일독립전쟁·건국·산업화와 민주화시기에 부울경은 머뭇거리지 않고 소명을 다했다.

“우리가 지금 이리(이렇게) 누리는 자유하고 민주주의가 고마(그냥) 무다이(이유없이) 이라진(이루어) 게 절대 아이라카는 거(아니라는 것), 부산인들의 대가 안바라는(대가를 바라지 않는) 귀한 희생 우게(위에)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거, 우리세대 뿐마이 아이라(뿐만 아니라), 우리 손지의 손지들(손주의 손주들)까지 꼭 기억해야 된다”.

지난달 16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제41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장을 채운 경과보고의 한 대목이다. 지역방송에서 부울경 특유의 말로 여론을 대변해온 ‘부산 자갈치 아지매(박성언 씨)’와 ‘마산 아구 할매(김혜란 씨)’가 유신정권에 맞서 부울경이 전국 최초로 시민저항운동을 벌인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기념식의 ‘백미’라 할 만했다.

부울경의 의로움과 진취성은 높은 산과 넓은 바다를 온전히 삶의 터전으로 해온 풍수의 영향만은 아니다. 선조들의 가르침이 누대로 쌓여 부울경의 정체성으로 굳어졌다. 이런 점에서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김해와 산청에서 수많은 후학을 기른 남명 조식(1501~1572)선생은 부울경 정신의 뿌리라 할 만하다.

남명은 퇴계 이황, 율곡 이이와 함께 조선 중기 3대 학자로 꼽힌다. 조선은 성리학 이외의 학문을 이단으로 배척했다. 남명은 성리학의 기반 위에 노장은 물론 불교, 심지어 당시 잡학으로 깎아내린 수리, 의학, 지리, 병법까지 섭렵했다. 남명의 ‘경(敬)’으로써 깨우치고 ‘의(義)’로써 행한다는 실천적 학문세계의 근원을 가늠할 수 있다. 남명이 실학의 비조가 된 연유이다.

학문적 색채를 달리한 퇴계와 나눈 서신에는 상호존중의 예가 넘쳤다. 성리학적 관점에서 군왕에 대한 충은 절대적 가치였다. 남명은 왕을 백성의 바다에 뜬 배로 비유한 민본주의자였다. 임금과 신하는 백성을 편하게 할 책임을 진 쌍무관계로 인식했다. 당시는 사화의 시대였다. 왕을 ‘선대의 고아’, 대비를 ‘궁궐의 과부’로 빗댄 서릿발같은 단성소를 본 왕은 남명을 죽이고자 했으나 대간의 만류로 물러섰다. 임진왜란이 나자 왕과 관념적 성리학에 빠진 사대부들은 피난길에 올랐다. 남명의 후학 50여명은 의병의 깃발을 올렸다.

남명의 진취적 실천학풍과 민본사상은 부울경의 한 정신이자 기질로 뿌리 내렸다. 정치영역만 봐도 그렇다. 민주투사로 민정시대를 연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결기는 추종불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그의 기상에는 남명의 저항정신이 묻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남명정신이 깃든 부울경의 토양 위에서 성장했다. YS와 노 전 대통령은 간혹 부울경 특유의 직설로 비판 받았지만 군정종식과 국가개혁이라는 본질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

산업화도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을 외면하지 않는 남명정신이 투영됐다. 부울경은 1970년대 땅과 바다를 내놓고 항만을 짓고 공단을 만들고 공장을 돌렸다. 중화학공단에서 극한 노동과 환경오염을 감수했다. 이제 이 공단이 침체기에 들어섰다.

가덕신공항은 부울경이 새로운 대안을 찾는 도전의 첫 걸음이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김해공항을 부산 가덕도로 옮기는데 대해 다른 지역이 뒷말을 쏟아내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대구, 서울에 있는 공항을 옮기는 일에 다른 지역에서 이런 정도로 입방아를 찧은 적이 있었나 싶다. 부울경과 국가의 미래 생존이 본질이다. 정치를 끌어들이고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부울경의 뿌리는 넓고 깊어 흔들릴 가능성도 없다.

부울경은 ‘인재의 보고’이다. 이것이 다 남명 덕이라고 할 수 없으나, 남명의 덕이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2021년은 남명 탄생 520주년 되는 해이다. 경남도가 해마다 산청 한국선비문화원에서 선생에게 제례한다. 내년에는 부울경이 함께 향을 올렸으면 한다.

서울본부장 kksho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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