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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우울한 당신을 감싸줄 문화의 온기 /신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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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18 19:27:5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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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갑갑해. 마스크 벗는 게 소원이 될 줄이야.” 주위에서 작게 토해내는 한숨이 심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금방 물러가겠지, 다음 달엔 괜찮겠지 하던 코로나19 감염병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랬다는 듯 일상에 눌러 앉아 버렸다. 꽁꽁 묶인 몸과 마음을 견디는 것만 해도 우울한데, 이 와중에도 세상은 변혁을 꿈꾸느라 바쁘다. 팬데믹이 종식된 후에도 비대면 경제, 온라인 소통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새 시대의 질서가 될 거라고, 그 질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말 거라고 한마디씩 보탠다.

집에 오도카니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세상은 예전보다 고요할 뿐, 역동적인 변화라곤 없는 것 같은데 사실은 나만 빼놓고 모두 그렇게 달려나가고 있단 말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우리 마음은 하릴없이 우울해진다. 가정 경제도 어렵고 회사사정도 어려운데 세상에 돈이 넘쳐 나서 집값은 고공행진한다는 뉴스. (대체 그 넘쳐난다는 돈은 다 어디에?)

언제는 마냥 속 편하게 살았나. 그래도 이사람 저사람 만나 얘기 나누고 비슷한 처지임을 확인하면 마음은 어느 새 회복돼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건만, 이제 그게 뜸하니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만 크다.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의 총 결제금액이 지난달 510억 원(가입자 362만 명)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OTT(Over The Top·인터넷망을 통해 제공되는 TV 서비스) 후발주자인 디즈니 플러스는 출시 1년 만에 전 세계에서 7300만 명 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한다. ‘집콕족’ 확산에 힘입은 성장이다. 밖에 잘 못나가니 TV를 많이 보기도 하겠지만, 뭐라도 계속 보면서 우울한 현실을 잊어보려는 자가치유의 일환이기도 하리라. ‘좀처럼 끝나지 않는 시리즈물은 더 오래 몰입할 수 있겠지. 현실보다 잔혹한 범죄물이나 아예 현실을 초월한 판타지·시대물이면’ 더 좋겠고. 넷플릭스를 구성하는 프로그램이 얼추 비슷비슷한 분위기인게 이해가 간다.

암울한 현실을 망각하려는 방편이든, 일상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수단이든 우리는 지금 어떤 ‘온기’로서의 문화에 기댄다. 사람의 온기를 기억 속에서 더듬어야 할 만큼 황량한 현실에서, 작은 화면으로 감상하는 익숙한 영화 한 편이 안겨주는 안도감과 편안함이란. 띄엄띄엄 개봉하는 귀한 영화 한 편 보러 몇 개월 만에 영화관에 앉아본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즐겼던 문화생활이 얼마나 큰 심리적 포만감을 안겨주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무척 오랜만에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찾았다. 거리두기로 인한 좌석 수 부족 때문인지,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 입장권이 거의 다 판매돼 2층 객석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베토벤 4번 교향곡 4악장의 몰아치는 선율 속에 바순 같은 저음 악기가 객석까지 전달하는 그윽한 진동이 전에 없이 뭉클했다. 연주가 기술적으로 훌륭했느냐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마스크 속 환호는 조심스러웠지만 박수소리는 유난히 컸다. 연주자-관객은 물론 관객-관객도 한 칸씩 비워진 자리 건너 손뼉을 치며 서로 격려하는 기분이었다.

확진자 수가 늘었다 줄었다 상황을 종잡을 수 없다. 마스크로 무장하고도 영화관, 공연장을 찾는 게 망설여진다. “겁내지 말고 가보라”고 무조건 권하는 것도 만용인가 싶다. 퇴근 길에 맥주 한 캔 사 와서 ‘방구석 영화관’ 한 타임 가동하거나 밀린 드라마 재방송을 찾아 보는 정도면 또 어떤가. 침대 옆 은은한 독서등을 켜 사놓고 읽지 못했던 책 한 권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만하다.

자신을 차갑고 메마른 무위의 상태로 내버려두지 말자. 영화관에 빽빽하게 모여 앉아 마블의 새 영화를 볼 날, 공연장에서 맘껏 환호할 날이 오기 전까지 소소하나마 문화의 온기에 기대 현실을 버텨보자. 그 온기는 기대보다 훨씬 더 따뜻할 수 있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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