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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동남권 관문공항은 한반도 생존의 회랑 /엄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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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16 19:48:4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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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를 거쳐 유럽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삶의 고초를 겪었다. 특히 당시 지역 패권국가인 영국과 프랑스가 100년 전쟁을 치르면서 북유럽일대의 육로교통을 봉쇄하고, 게다가 전염병으로 항구를 폐쇄하자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와 도시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이때 독일의 함부르크와 연한 뤠베크를 중심으로 각 나라의 도시상인들이 서로 도시동맹을 만들어 상거래의 통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헬싱키, 스톡홀름, 탈린, 리가, 말뫼, 오슬로, 베르겐, 코펜하겐 등으로 이어지는 소위 한자도시동맹이 이렇게 생겨나서 긴 전쟁과 공포의 전염병에 신음하는 북유럽 주민의 삶을 지켜주었다.

이 동맹을 주도한 도시가 독일의 뤠베크이며 이 도시의 검은머리형제란 상단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지금도 한자동맹 도시의 흔적은 뤠베크나 탈린이나 리가에 가면 구시가지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심지어 이 지역의 통행과 통상을 막는 패권 국가들과 도시상인 동맹은 전쟁을 하면서도 생존의 회랑을 지켜냈는데, 이 때의 한자도시동맹은 몇 백 년을 이어져 오면서 오늘날 북유럽의 평화와 복지와 번영의 기초를 다졌다.

지금 동아시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정부가 어디로 가든 중국과의 관계는 새로운 지형이 조성될 전망이다. 이미 미국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의 대응을 놓고 가까운 나라들과의 기술동맹(EPN)이란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적 운신 폭을 일찌감치 가늠케 하고 있다. 이 여파는 향후 한반도에서 북극항로와 태평양과 남태평양과 인도양의 연결역할을 증가시킬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며, 남중국해 연안의 불편한 징후도 멀찌감치 내다보이기도 한다.

역사에서 주는 교훈을 보면 심대한 피해를 남긴 전염병의 후유증은 정치지형에서는 작은 나라로의 분산이고 경제지형은 글로벌도시간의 새로운 연결망이다. 즉 국제관계가 더 안전하고 협소하고 탄탄한 내부화 관계로의 재구축이 나타난다,

대통령이 이끄는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로 우리나라는 현대사에 유례없는 국민단합과 고도성장을 이루어 냈다. 특히 안보문제나 국가산업구조의 인프라 전환에서 중앙정치나 강한 행정부의 역할은 그 공로가 크고 많은 나라들이 본받고자 한다. 그리고 민주화의 발전이나 복지정책의 착근도 사실 중앙정부 중심구조의 역할이 속도 면에서 효과가 컸다.

그러나 이제 우리 앞에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난관이 나타났고 백신이 나오고 나서도 지구운영의 그 진로와 역경은 미처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국제간 왕래와 관계의 부자유임은 자명하다.

국가경제 운영의 본질을 해외거래와 세계화에 두는 우리나라는 더 유연한 내부 행정력 분산구조의 재편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내적으로 인근 광역지역의 협력도 강화해야 하고 대외적으로 다양한 지역별 국제도시 창구가 열릴 필요가 있다.

항로와 항공로의 면에서도 그렇다.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슬로건으로 구축한 전국의 항구가 상호 역할분담이 아니라 각기 독자성과 고유성을 가지고 나라 전체의 국제적 개방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운영의 자주권을 주고 재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제공항의 문제도 그렇다. 지역발전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 간의 친소동맹으로 묶이고 제도적인 보건방역으로 수시 규제되는 교류조건과 긴급 상황을 상정하면 한반도에서 다양하고 다기한 국제항공로의 상시 유지와 유사시의 복수허브 개설이 필수적이다.

특히 화물의 운송이 망라되고 바다와 하늘을 공유하는 핵심지역의 국제항공과 국제항구는 통합운영 전략이 절대 효과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우선 인천과 부산이 역사성과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고 인천은 이미 하늘과 바다의 허브조건을 충족한 상태이다.

암스테르담 국제공항과 로테르담 국제항구의 서로 다른 도시지역 간 역할분담이 네덜란드의 국가발전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지금, 내외에서 일고 있는 불가측한 국제질서와 교역환경의 난기류를 고려하면 한반도의 대외적인 하늘바다의 허브창구는 수도권과 동남권의 투톱으로 새롭게 강화될 필요가 절실하다.

이건 동남권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 아니라 미래로 세계로 더 뻗어 나가야 하는 한반도의 생존 회랑전략이다.

글로벌 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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