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혁신도시 관련 법률 개정안 20개를 공동발의하고 ‘혁신도시 시즌2’ 추진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여야가 모처럼 의기투합했다고 하니 지지부진하던 ‘혁신도시 시즌2’에 가속도가 붙을 것 같은 기대감이 커진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전 공공기관의 인력 채용 시 지역인재 의무고용 대상이 고등학교까지 확대되고,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의 최대 걸림돌이던 초·중학교 신설도 가능해진다. 미적대는 정부 부처를 국회가 선제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혁신도시 활성화야 말로 국가균형발전의 해결책이라는 것을 정치권이 늦게나마 깨달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지난 7월 결성된 ‘혁신·기업도시 발전을 위한 여야 의원모임’ 소속 16명이 최근 발의한 20개 개정안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인재확보, 정주여건개선 등 6개 분야다. 혁신도시가 당초 도입 의도와는 달리 공공기관 이전에만 머물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정주여건이 충족된 자족형 지역거점도시로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개정안을 보면 부산이 유치 대상으로 점 찍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조항을 삭제해 혁신도시 이전 근거를 마련한다. 아울러 지역인재 대상을 대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 혁신도시 이전 기업체를 병역대체복무 대상으로 선정해 지역인재를 확보토록 했다.

이 같은 국회의 발 빠른 움직임과 대조적으로 정부의 걸음은 느리기만 하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6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방침’ 발표와 함께 시작된 ‘혁신도시 시즌 1’은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울산) 등 3개 기관을 끝으로 무려 16년이 걸려서 153개 대상 기관의 이전이 완료됐다.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혁신도시 시즌2’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주여건 개선 등만 강조했고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꺼내지 않았다. 추가 이전 불씨를 살린 것은 정치권이었다. 지난 4월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2개 기관 이전을 공약했고, 7월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수도권에는 아직 공공기관이 156개나 남아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다. 흔히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말하지만,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혁신도시 시즌1’ 당시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역 선정에만 2년 넘게 걸리고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16년이나 걸린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게다가 국회도 모처럼 여야 의원들이 ‘혁신도시 시즌2’에 속도를 내기로 했으니 법안의 통과까지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개정안 발의 의원들로부터 협조요청을 받은 김태년, 주호영 여야 원내대표의 책임도 막중하다. 발의에 그친 법안은 의미 없다. 법제화가 이뤄져야 비로소 성과를 내는 것이다. 2004년 4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을 통해 혁신도시의 법적 근거 마련에 힘썼던 옛 국회의 모습도 되돌아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