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lockdown)는 영국의 세계적인 영어사전 출판사인 콜린스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다. 여행이나 상호 작용, 공공 장소의 접근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꼽은 10대 단어에 ‘봉쇄’ 말고도 코로나 관련 용어가 다섯 개 더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자가격리(self-isolate)’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일시 해고’(furlough) ‘필수 인력’(key worker)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구촌이 파랗게 질렸다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2020년은 그야말로 코로나19의 해인 셈이다.

전쟁처럼,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초래한 세계적 재앙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일시 해고와 필수인력이란 무미건조한 단어 속엔 엄혹한 현실이 있다. 노동이란 신성한 가치를 박탈당하는, 그래서 생계 수단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자긍심까지 잃는….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치를 지키고자 연대를 고민한다. 백신을 개발해 위기를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만큼 이 위기의 근원을 찾아서 치유하려고 애쓰는 이유다.

50년 전 오늘 한 젊은이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분신했다. 몸뚱이 하나로 버티던 그의 삶엔 산업화의 그늘이 담겼다. 노동자 전태일이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그의 절규는 현재진행형이다. 법의 테두리 밖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산업재해 사망률 세계 1위 국가’란 오명이 여전하다. 잇단 택배 노동자 사망에서 보듯이 새 노동 패턴은 보살펴야 할 그늘을 양산한다. 분명한 건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고자 한 그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의 개선, 인식의 변화를 체감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워라밸’이다.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만큼 삶의 의미도 제대로 찾자는 취지다. 마침 부산시가 지난 10일부터 오늘까지를 워라밸 주간으로 정하고 ‘2020 부산 워라밸 페어’를 열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워라밸 주간을 운영하는 도시는 전국에서 부산이 유일하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노동인권 개선의 공을 인정한 것이다. 국민훈장 중 1등급에 해당하는 무궁화장이 노동계 인사에게 추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있어 제도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면 한 차원 높은 노동의 미래를 여는 건 우리 모두가 나눠져야 할 몫이다. 워라밸이 하나일 수 있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