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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생각의 기준’을 바꾸자 /김석환

생각과 전략 바꾼 광주시, AI 집적단지 추진해 눈길

혁신엔 저항·위험 뒤따라…미래쇼크를 극복 하려면 좌표 재설정 노력이 필요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1-10 19:48:2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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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총 24조 원 규모의 23개 지역사업에 예비타당성 면제를 발표했다. 부울경 사업으로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7000억 원), 경북 김천~진주~거제 고속철도(4조7000억 원), 울산외곽순환도로(1조 원) 등이 있었다. 당시 서울지역 언론은 ‘예타 무력화’를 통한 ‘총선용 선심성 퍼주기’라고 비난 일변도로 보도했다. 사업의 경제성과 효율성만 따지면 어떤 사업이든 수도권에서 하는 것이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다. 하지만 효율성만 따지는 예타에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인구 밀집 및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은 물론 지역소멸 가능성은 반영되지 않는다. 서울의 높으신 분들은 지역에도 사람이 산다는 것을 자주 잊어버린다. 거의 대부분 토목건설 분야였던 23개 지역사업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사업이 하나 있었다. 광주시의 인공지능 집적단지 사업이었다. 규모도 다른 지역사업에 비해 적은 4000억 원에 불과했고 토목이 아닌 ICT 관련이었다. 4차산업혁명은 고속도로가 아닌 사이버세상에서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둘러싼 싸움이다. 생각과 전략의 기준이 이제 바뀌어야 하고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광주시는 알아차리고 인공지능 도시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광주시는 향후 10년간 7400억 원의 인공지능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금 세계 최고의 부자는 아마존의 베조스이다. 아마존은 1994년 인터넷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전자상거래 전문 기업이다. 진출하는 업종마다 기존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강자를 파산시킨다고 해서 ‘아마존에 의해 점령당한다’는 뜻의 ‘Amazonned’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이다. 지금 아마존의 시가 총액은 한국 전체 기업보다 많고 국가총생산과 비슷하다. 2001년 주당 5달러였던 아마존의 주가는 현재 3322달러로 19년 동안 무려 664배가 뛰었다.

‘Amazonned’의 반대말은 ‘Kodaked(코닥처럼 되다)’이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음에도 아날로그 필름 시장에 집착하다 파산했다. 최근의 사례로는 노키아가 있다. 노키아는 모토로라를 밀어낸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4년간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업체였다. 그러나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불과 6년 만인 2013년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헐값에 팔렸고 그 후 3년 만에 사라졌다.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초격차’라고 부른다. 문제는 ‘초격차’는 동종산업내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범선과 범선, 내연기관자동차와 자동차, 피처폰과 피처폰 사이에는 ‘초격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증기선이, 전기자동차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초격차’는 존재할 수가 없다. 증기선이 처음 출현했을 때 범선을 만드는 장인들은 돛을 더 많이 달고 디자인을 개량해 속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천천히 망해갔다. 왜 그들은 ‘혁신’을 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를 나는 ‘레거시 코스트(legacy cost, 과거 유산의 비용)’ 탓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에는 저항이 따른다. 비용도 들고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조직적 저항도 있을 수 있다. 반대 논리는 명확한데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혁신도 위험하지만 혁신하지 않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Deep Change or Slow Death(파괴적 혁신을 하거나 아니면 천천히 망하거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때 ATM(은행 자동현금입출금기)은 설치만 해두고 수수료를 챙기는 은행의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었다. 사람들이 현금 대신 카드와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면서 지금은 비용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불과 몇 년사이의 일이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도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20%를 넘었다. 은행 창구에 갈 일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추세 속에 카카오뱅크는 지점 하나 없이 영업을 시작해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은행이 되었다. 카카오뱅크 사례에서 보듯 예전에는 금융에 기술을 접목하는 의미인 ‘핀테크’라는 말을 썼지만 요즈음은 ‘ICT’ 회사가 금융사업을 한다는 ‘테크핀’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카카오뱅크에는 기존 은행과는 달라 디지털 혁신에 따른 ‘레거시 코스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레거시 코스트’가 비단 금융권만의 문제일까? 엘빈 토플러는 ‘미래가 앞당겨 도래함으로써 일어나는 현기증 나는 방향감각의 상실’을 ‘미래쇼크’라고 불렀다.

‘미래쇼크’를 극복하는 방법은 생각의 기준을 바꾸고 좌표 설정을 다시 하는 것뿐이다. 최근 한 국립대학의 경영학과장은 경영학 박사가 아닌 공학 박사였다. 전공을 확인하니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공학’이었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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