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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홍삼을 먹어도 피곤한 이유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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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02 19:25:0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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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홍삼 먹어도 돼요?” 

직업이 한의사임을 밝히면 가장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오늘은 그 유명한 홍삼에 대한 얘기다. 홍삼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 다수가 “홍삼을 먹어도 먹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하신다. 심지어 부작용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있다. 한의학적 설명은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다른 한의사분들의 고견으로 대신하고 이번 글에서는 ‘경제’를 통해 ‘홍삼’을 설명해드리고자 한다.

   
지금 전 세계는 양적완화의 시기다. 금리를 낮추어 시장에 많은 돈이 풀리는 것을 허용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돈을 푸는 이유가 무엇인가. 경제를 활성화해 나라와 국민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다. 그런데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다고 우리들 살림살이가 좋아질까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분명 돈은 많이 풀리는데 체감 경기가 좋아질 기미는 안 보인다. 

국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어 자금도 많이 풀었는데 그 돈은 서민에게 가지 않고 신용도가 높은 일부 부자들에게 가서 그들의 자산을 부풀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야 부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더 유리했고, 그 돈은 자연히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의 버블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렇게 많이 풀었던 돈이 낮고 소외된 곳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셈이다.

홍삼도 똑같은 원리다. 몸의 기운을 북돋는 홍삼이 아무리 들어와도 피로의 원인이 되는 가장 취약한 곳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돈이 부자들의 자산버블에 일조하며 위에만 머물러 있듯, 홍삼도 두루두루 퍼지지 못하고 인체의 특정부위에만 머무르게 되면 기대하는 효과는 나지도 않고 부작용이 나기도 한다. 

홍삼도 인삼의 동생 정도 되는지라 약의 성품이 크게 다르지 않다. 따뜻한 성질이고 기운을  북돋는 역할을 한다. 인삼의 주 활동 무대가 어딘가 하니 심장과 폐다. 자신의 주 활동무대에만 머무르고 인체 전반에 골고루 작용하지 않을 때는 아무리 홍삼을 먹어도 피곤하다. 그럼 왜 인체 전반에 작용하지 않고 홈그라운드에만 있느냐? 그것이 체질이다.

인삼을 투입하는 즉시 인체 전반에서 활용하는 체질이 있고, 약성이 잘 퍼지지 못하고 인체의 상부에만 머무르는 체질이 있다. 한 국가의 경제도 부유층 자산으로만 돈이 흘러갈 때 보다 취약계층과 서민층까지 골고루 공급되었을 때 훨씬 국가 경제에 득이 된다고 한다. 

중국이나 인도에는 억만장자가 넘치지만 그들에게만 돈이 공급되면 국가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달 수입이 10만 원이 안 되는 서민층에게 단 10만 원만 더 공급되어도 중국과 인도의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돈도 위아래 골고루 공급되어야 경제가 성장하듯, 우리 인체도 어느 한쪽에 에너지가 몰리지 않고 골고루 잘 퍼져야 건강해 진다. 돈이 소외된 곳 없이 잘 퍼지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정책이라면, 홍삼이나 인삼의 좋은 약성이 인체 전반으로 잘 퍼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한의사의 처방(處方)이다. 

처방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처(處)가 ‘장소, 시간, 지위’ 라는 뜻이 있고 방(方)은 ‘방법, 해결책’이라는 뜻이다.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방편’이 바로 처방이다. 

   
홍삼이 아주 잘 맞아서 홍삼만 복용해도 피로가 싹 해결되는 분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홍삼을 먹어도 계속 피로하고 심지어 두통, 혈압상승, 가슴 답답함 등의 부작용이 있는 분이라면 처방의 힘을 빌려보자. 다른 약재들을 통해 인삼이나 홍삼의 능력을 배가시킬 수도 있고, 홍삼 대신 다른 약재로 대체하여 피로를 개선하고 면역력도 높일 수 있다. 나라 경제에도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하듯, 건강관리에도 숙련된 처방의 힘이 필요하다.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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