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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물류강국의 그늘, 선원과 택배노동자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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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0-27 19:29:1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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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들의 생활은 물론이고 모든 산업에도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바다와 육지에서 물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사를 가르는 비극에 직면해 있다.

먼저 선원들이 처한 상황을 보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십만 명의 선원이 육지를 밟지 못하고 바다에서 떠돌고 있다. 선박에 체류할 수 있는 최대 기간 12개월을 넘기고도 상륙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선원들의 하선과 이동 등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감옥이 따로 없는 생활이다. 선원을 노예에 비유하기까지 한다.

선원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선원이 없어 선박 출항이 거부되면 해운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물류대란을 넘어 전 세계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또한 대형 선박사고도 예고된다. 선원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가중되면 결국은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을 육지로 돌리자. 사람의 비극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택배 물량은 급격히 늘어났다. 택배회사들의 영업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반면 택배노동자의 근무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올해만 벌써 13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택배노동자 사망이 잇따르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는 특수고용노동자 등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단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해운업과 택배사업은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에 매우 필수적인 산업들이다. 해운산업은 퍼스트 마일(first mile) 물류의 중심적 역할을 하며, 국제무역을 통해 오가는 화물의 99%를 담당한다. 그래서 한진해운 파산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이어지자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서 해운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택배산업도 마찬가지다. 택배는 최종 고객에 맞닿아 있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물류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문전운송(door-to-door)을 담당하는 점에서 공공물류와 대중물류라고도 불린다. 송화인과 수화인이 느끼는 서비스가 택배노동자에 의해 제공된다는 점에서 인적 서비스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 택배업은 전자상거래의 발전과 최근 코로나 19 상황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해운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택배업의 화려한 전성기의 뒤안에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선원이 있고, 하루 17시간을 일하는 택배노동자가 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에서 일하는 선원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관심이 없다. 골목길과 아파트를 누비는 택배노동자는 눈에 너무 자주 보여 풍경처럼 관심이 없다. 이제 이들에게 국민적 관심과 애정을 보내야 한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구조, 제도, 관계 등을 추적하는 학문인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에 따르면 무관심, 소외, 고립, 고용불안 등 사회적 환경도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이 선원과 택배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대책과 제도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물류분야의 혁신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제의 해법이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행된 붉은 깃발법(Red Flag Act )이 되어서는 안 된다. 로봇, 드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물류로 풀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과 기업들이 앞 다퉈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물류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 개발에 힘쓰고 있다. 물류산업의 혁신은 더욱 가속화되어야 한다.

다만 혁신과 고용이 다른 길을 가서는 안 된다. 해운산업과 택배산업이 우리에게 필수적 역할을 하는 산업임을 사회적으로 공유한다면, 선원과 택배노동자의 문제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혁신이 해운산업과 택배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할 제도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혁신이 노동자를 직업에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강도를 줄여주면서 노동의 질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래서 인권 감수성에 기반을 둔 혁신이 되어야 한다. 혁신을 통한 효율성 향상과 사람의 건강과 복지를 함께 달성하는 지혜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물류판 혁신적 포용국가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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