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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좋은 협력의 시대로 전환을 /임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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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0-25 19:30:1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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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추어야 하듯, 나의 이익은 타인의 도구화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추어야 한다. 원래라면 계절은 온갖 찬사에 우쭐해 있었을 것이고, 우리는 계절의 품에서 농담하고 놀고 때론 깊어지기도 했을 것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개구리는 올챙이 적 기억을 지워야 합니다. 자칫 훌륭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훌륭해지면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삶은 피곤하고 힘들어집니다. 초심은 잊는 것이 좋습니다. 초심보다는 상황을 장악하는 게 더 중요하겠죠. 자칫 방심하면 초심으로 돌아가고 훌륭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올해 가을은 얼음 밑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는 것과 같은 심정이다.

모든 인간적인 것은 귀한 것이 되었다. 우정이 그렇고, 환대가 그렇고, 좋은 협력이 그렇다. 우정은 삶의 원천으로 삼을 만하고, 환대는 도시적 차원으로 격상시킬 만하다. 그리고 이제, ‘좋은 협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좋은 협력이란, 함께 잘 살기 위해 시간과 노력과 힘을 합치는 것이다. 범죄자들도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협력은 반사회적이고 그들만을 위한 협력이기에 좋은 협력일 수 없다. 좋은 협력은 함께 잘사는 대의에 부합하는 협력을 말한다. 좋은 협력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이념을 뛰어넘는다. 좋은 사건을 만든다. 타인과 사회를 존중하고 큰 목표에 헌신한다. 그리고 좋은 협력은 문제를 해결한다.

혹 좋은 협력이 없기에 제각각 불행한 게 아닐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은 최고의 첫 문장 중 하나로 평가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톨스토이, 문학동네, 2009, 박형규 옮김) 이 첫 문장은 앞과 뒤를 바꾸어도 말이 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나름나름’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고만고만으로 불행하다.

도시의 차원에서는, ‘행복한 도시는 모두 나름나름하지만 무릇 불행한 도시는 고만고만으로 불행하다’로 수정할 수 있다. 불행한 도시의 고만고만한 이유에 해당하는 것이 ‘좋은 일자리’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에 부산은 쇠퇴하는 도시, 먹고 살기 힘든 도시, 오래된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그 속의 시민 삶은 하향평준화를 향해 가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휩쓸던 시절이 있었다. 나만 잘되면 되었고, 나만 아니면 되었다. 협력할 줄 모르는 사람, 협력을 이끌어낼 줄 모르는 사람 그러면서도 협력의 결과물을 독식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좋은 자리에 갈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좋은 자리에 오른 다음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자신의 왕국인 듯 호령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경멸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적 인간형은 과거형이 아니다. 좋은 자리를 향한 반시대적인, 반이성적인 분투는 말을 독점하고, 말을 부패시키고, 자기 자랑에 최선을 다하며 여전히 득세하고 있다.

‘나만 잘 되면 그만이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시대를 우리는 이미 건너왔다. 내가 잘 되려면 주위가 잘 되어야 하고, 내가 아니려면 타인도 아니어야 한다는 사실이 이제 명백해졌다. 그러나 명확히 말해져야 할 새로운 가치관은 부재한다.

어느 시대나 공백과 결핍은 있기 마련이다. 그 공백과 결핍이 곧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된다. 좋은 협력은 부산의 정서와 만나 부산의 시대정신으로, 부산의 문화로서의 가능성을 가진다.

협력을 잘하고 협력을 잘 이끌어내는 사람일수록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고객과, 정부와, 협력업체와, 노동자와 협력을 잘하는 기업일수록 좋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시민과 협력을 잘하고 시민의 협력을 잘 이끌어내는 정치인일수록 좋은 정치인일 가능성이 높다.

좋은 사람과 좋은 기업인, 좋은 정치인이 존중과 존경을 받고 잘되는 사회경제시스템, 그런 사람과 기업과 정치인이 좋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경제시스템, ‘좋은 협력의 시대’로의 전환을 생각해 본다.

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도서출판 함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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