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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해양이 권역경제 주체 될 수 있을까 /이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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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0-20 20:06:42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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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로 봐야 할까 융합으로 이해해야 할까. 항구도시를 정의하는 정체성 말이다. 항구란 대륙과 해양이 문화적으로 맞닥뜨리는 곳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항구는 항상 ‘새로운 것’이 오가는 창구가 되어왔다. 새로움을 대하는 시각이나 감정적 호불호에 따라 새로움을 거부하는 상황일 때는 충돌로, 필요성과 흥미를 느낀 상호교류 입장에서는 융합으로, 그 맞닥뜨림의 형태도 구체화했을 것이다.

국가과학기술분류에 해양과학기술(MT; Marine Technology)이라는 것이 있다. 2011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2020 해양과학기술(MT) 로드맵 (‘12~’20)’을 도출했다. 계획이 성공했는지를 떠나, 원래 의도는 익숙하게 들리는 산업인 전자·반도체·바이오 등을 대표하거나 향후 발전시킬 기술을 뜻하는 IT·BT·NT 등과 같이, 해양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다룬다는 것이었다.

이런 취지로 OK(Ocean Korea; 해양한국)라는 구호와 함께 해양이 대표적 산업으로 분류된 적도 있지만, MT(해양과학기술)는 최근 새롭게 정리된 6대 국가 미래유망신기술(IT, BT, NT, ST, ET, CT)에서 아쉽게 제외됐고 분과의 세부기술로 재배치됐다.국가에서 육성의 당위성을 부여받은 기술은 실제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고 해당 산업들은 세계 수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 당장 경제성을 논할 수 없는 기초과학 분야도 국가 지원을 통해 노벨상 후보들까지 배출한 것을 보면, 선후관계를 떠나 기술 개발과 산업 성장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기술개발 지원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짐은 명백해 보인다.

문제는 선택과 분배다.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공평한 기술개발 지원을 할 수는 없다. 이런 선택적 상황에서 그 가치판단 근거는 ‘경제성’이 돼야 한다. 산업 성장이 얼마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가를 잣대로 삼으면 판단은 훨씬 쉽다.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여러 가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규모 산업 국가들이 공통으로 가진 딜레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완성형 국가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토바이부터 대형트럭까지, 달리는 전부가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다.

바다를 보면, 요트부터 잠수함까지 국내에서 만들지 못하는 배가 없다. 멋진 디자인에 최고 성능을 뽐내는 가전제품들 전부 국산이다. TV를 틀면 미국에서 공연하는 BTS가 나오고 블랙핑크는 외신 인터뷰를 한다. 모든 산업에서 일정 단계까지 올라있다는 뜻이다. 한발 더 나아가자니 예의 ‘선택의 딜레마’가 작동한다.

4차 산업, ICT 융합, 수소경제, 한국형 뉴딜 등 이 모든 것은 시기와 표현만 다를 뿐,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경제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한 산업 재편용 선택의 정책적 표현이다. 우리나라 같은 완성형 국가가 당면하는 선택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가능한 최고의 경제효과를 택해왔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지역균형이 주목받는데,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광역권을 구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경제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우려는 한국형 뉴딜의 후속 전략으로 분석된다. 동남권 경제광역권을 새로 정의한다면 그 어떤 논리에도 우선해 경제광역권의 정체성부터 정립해야 할 것 같다. 워싱턴과 뉴욕, 베이징과 상하이, 도쿄와 오사카 등 귀에 익은 대도시는 행정수도와 경제수도이다. 그리고 경제수도의 공통점은 전부 해양을 바라보는 항구도시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동남권 하면 떠오르는 것. 동북아 최대 항만, 우리나라 최대 산업입지, 조선해양산업 집적도 세계 1위. 이것을 묶어내는 명확하고 거시적인 공통점은 항구 그리고 해양이 될 수 있다. 항구·해양을 교류의 방법으로 인식하던 과거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산업기반으로 볼 필요가 있다. 십여 년 전 발표된 해양과학기술로드맵이 이름이 바뀐 여러 정책에 부분적·산발적으로 남아 제대로 실행되지도 못함을 확인할 때면 만감이 교차한다. 뚜렷한 효력 또는 실체가 있는 경제 효과로 포장하지 못해서였을까. 그래서 독립된 분과로 남지 못한 걸까.

해양기술을 정립하고, 이들 기술이 기여할 산업 분야를 해양을 중심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해양이라는 단어만으로 여러 산업을 계량화·정량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광역경제권이 검토되는 이 시점에,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으로 완성되고, 해양이 주체가 되는 실현 가능한 광역 경제권 계획을 보고 싶은 것은 필자만의 바램일까.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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