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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문화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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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0-20 20:05:20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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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책으로 밥벌이하는 사람들과 연을 맺는데 얼마 전부터 그들의 SNS는 도서정가제 이야기로 가득했다. 평소의 글 분위기와는 달리 날 선 느낌마저 들었는데, 특히 동네서점에서 책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손에 책이 아닌 특정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관청 앞에 서 있는 모습은 한겨울에 핀 봄꽃 같았다.

출판사가 정한 책값대로 서점에서 판매하도록 규율하는 제도인 도서정가제는 올해 11월 20일까지 재검토를 앞두고 있다. 현재는 10% 할인, 5% 적립을 허용하여 정가제보다 부분정가제에 가깝다. 지난해부터 논의된 재검토안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지’로 가닥을 잡는 듯했으나, 지난 7월에 문체부가 ‘소비자 후생 고려’를 이유로 재논의를 통보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책값의 할인 폭을 이전보다 유연하게 하여 책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현재는 혜택으로 여길 수 있는, 소비자 본연의 권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이다. 그렇게 되면 6개월 이상 지난 중고 서적이 아닌 신간도 예전처럼 7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사람들이 소비자의 권리에 반하는 것처럼 여길 수 있는 행동을 하는 데는 출판업의 생존, 혹은 그 이상의 무엇을 지키고자 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몇 년 전의 나는 철저한 독자로서 도서정가제를 시장경제논리에 역행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여겼으나, 지금은 독자의 권리와 필자로서 책임의 경계에서 바라보려 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경계조차 안쪽으로 굽는 팔로 여겨 불편을 느낀다. 지난주에 도서정가제에 관한 단상을 SNS에 올렸을 때, 몇몇으로부터 전형적인 그들만의 감성팔이 관점이라는 비판 어린 메시지를 받은 이유였을 것이다.

엄연히 말하자면 나는 책을 ‘직접’ 판매하는 사람도, 인세로 연명하는 사람도 아니다. 지난해 2권의 책을 출간하여 받은 인세는 연간 수입의 약 15%이다. ‘그들만’에 속하기보다는 오히려 다수의 소비자에 가깝다. 그런데 그렇게 비판적인 메시지를 받을 만큼의 일정한 의견을 표한 데는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관심과 논란이 단순히 누군가만의 일이 아님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모든 사안에는 득과 실이 존재한다. 도서정가제가 현재와 달리 크게 바뀌면 저렴한 책값으로 인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손에 쥐게 될 것으로 사람들은 믿는다. 과연 그러할까?

이미 가격에 영향을 받는 독자는 중고 서점을, E-BOOK을, 도서관을 찾는다. 2년마다 조사하는 독서 부진 원인은 1, 2위의 순서만 바뀔 뿐, ‘시간이 없어서’와 ‘콘텐츠의 다양화 필요’이다. 게다가 연간 성인 독서량은 한 달에 채 1권이 안 되니 월 1만5000원가량의 문화비용을 소비하기 어려워서 책을 읽기 힘들다는 건 현시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여긴다.

이와는 달리 규모가 작은 서점과 출판사는 생존에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 우리가 인터넷보다 가격이 비싸고 재고도 많지 않은 동네서점을 찾는 데는 도서 문화를 유지하고 살리려는 독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이 내포한다. 그런데 책값이 무너지면 그러한 책임감마저 쓰러질 확률이 높다. 또한, 소형 출판사는 대형 출판사만큼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하기 어려워 소비자와 점차 멀어질 수밖에 없다.

출판사는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신간 수를 대폭 줄이는데, 등단하지 않은 무명작가에게는 더없이 불행한 소식이다. 즉 도서정가제의 큰 변화는 단순히 책 한 권을 저렴하게 손에 쥐는 기회보다 도서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분명, 종이책만 책으로 여기는 시대가 지남에 따라 웹 시장을 이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다만, 일부를 개선하기 위해 전체를 수정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한 발을 내디디는 데는 동의하나,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현재 상황이 현실적인 생존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문화는 특정 부류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다.

작가·‘답은 나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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