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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누가 사과해야 할 일인가 /신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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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0-12 19:04:2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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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실수한다.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최근 언론에 나온 의사들의 여러 행태를 보고 있으면 낯이 뜨거워진다. 의사로서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같은 의사라는 이유로 그들 대신 사과를 할 생각은 없다. 같은 동네에 범죄자가 있다 해서 그 사람 대신 사과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이는 상식선에서 해결해야 한다. 벌 받을 사람은 벌을 받고, 좋은 제도는 지키고, 나쁜 제도는 고쳐야 한다.
그림 이재민
모든 국민이 힘든 엄중한 시기에 거리로 뛰쳐나간 의사들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코로나로 많은 희생을 한 의료인들 중 대다수 의사들은 목숨을 걸고 환자를 치료하는 숭고한 일에 자부심을 가졌다.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에 왜 거리로 나와 국민에게 상처를 주게 됐을까? 이것도 의사들의 실수일까?

도로공사를 하던 나라가 우리 집 상수도를 부수었고, 그 결과 동네에 침수 피해를 주었다고 가정하자. 도로공사가 원인이지만, 상황을 모르는 동네 사람들은 물이 새는 것을 보고 처음에 우리 집에 항의할 수도 있다. 잘 살피면 우리 집과 함께 도로공사를 시행한 나라에 같이 항의해야 할 일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사건에 관해 단편적 사항만 보고 판단하면 오해하기 쉽다.

의사 국가 고시 거부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신규 의사 면허가 예상대로 발급되지 않는다면 여러 사회 혼란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학생들이 자기의 미래 이익만을 위해 국시를 거부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엄중한지 몰랐을 리 없고, 그럼에도 그렇게까지 해야 했던 나름의 논리와 명분이 있었음을 안다. 그것이 자신들을 위함이 아니라 자기들이 앞으로 마주치게 될 환자들을 위함이었다는 것을 안다.

후배들에게 좋은 의료 환경을 못 만들어 준 것에 미안하고, 환자에게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은 기성세대에게 있다. 나를 욕해도 좋다. 게으르고 힘이 없어 이런 사태가 생기도록 방치한 내게 욕을 하라. 하지만 기성세대의 감정싸움으로 가장 순수하고 정의로울 수 있는 예비 의사들에게 다시 돌아오지 못할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자원이며 그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그건 그들의 몫이 아니다.

예비 의사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늘려야 한다는 논리를 다시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실패한 의학전문대학원을 신규로 만들지 말고 검증된 기존 의과대학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는 현실적 방안 등을 검토하자는 것이었다. 얌전히 의사 면허 따고 자기 앞에 온 환자의 병만 쳐다보는 소의보다 환자를 생각하는 중의, 나라를 생각하는 대의가 되고자 자신의 이익을 내걸었던 사람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을 못 하도록 꾸짖고 단두대에 매달아 본보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의사들 중 가장 순수한 사람들의 희망을 보듬어 주면 좋겠다.

법률 제 17472호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는 평가 인정기관의 인증을 받은 의학을 전공하는 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은 자이며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의사 국가시험은 매년 보건복지부장관이 시행하며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에 따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맡길 수 있다. 국시원은 법률 제 15022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에 따라 시행계획을 수립해 보건복지부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의사 자격은 기능사 자격·공무원 시험처럼 응시자격 제한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응시자격의 제한이 명확하며 법률적으로도 추가 시험이 가능한 자격시험이다. 다른 국가 자격시험과의 형평성 문제가 여기서 거론될 이유가 없으며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것도 위정자들의 공허한 말장난일 뿐이다. 정부는 국민과 의사집단 간 감정 싸움을 부추기지 말고, 원인제공자로서 신속히 해결책을 제시하고 대한민국이 서로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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