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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새벽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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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시간 통제를 통해 구축된다. 찰리 채플린이 1936년 만든 ‘모던 타임즈’는 자본권력의 작동 원리를 영상으로 풀어낸 ‘영화 정치경제학’이다. 주인공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부품의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하는 공장 노동자다. 일하지 않을 때도 모든 사물을 조이려는 강박감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채플린은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노동자들이 신경쇠약으로 고통받는다는 기사를 본 뒤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당시는 이처럼 노동자의 동작을 단순화, 기계화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생산관리방법인 ‘포드 시스템’이 일반화된 시대였다. 입을 벌리면 기계가 음식을 넣어주는 영화의 한 장면이 상징하듯이, 자본은 노동시간뿐 아니라 식사·휴식시간까지 통제한다. 그런 시간 지배가 자본권력의 토대다.

정치권력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그 양태가 뚜렷이 드러나는데, 북한이 특히 그러하다. 2011년 숨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밤에 일하는 ‘올빼미형’ 근무 스타일로 유명했다. 북한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그는 2005년 5월 지방 시찰 후 새벽 2시30분께 평양에 돌아와 체육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열린 농구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그 해 6월에는 새벽 4시20분께 도 책임일꾼을 전화로 격려하기도 했다. 북한 중앙방송은 그의 밤샘근무를 “숭고하고 희생적인 헌신의 인생관”이라고 미화했다. 문제는 그의 근무 스타일에 맞추느라, 밤에 잠들 수 없는 인민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밤과 낮이 뒤바뀌면 면역체계와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건강을 해친다는 건 상식이다. 김 전 위원장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북한이 지난 10일 인민 시간 통제의 극단을 보여줬다. 평양 김일성 광장에 수만 명의 인민을 동원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새벽 0시부터 3시간가량 개최한 것이다. 지금까지 탄도미사일 등 새로 개발한 무기를 새벽 시간대에 쏘는 일은 자주 있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 열병식을 새벽에 연 것은 처음이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 정부에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미 현지의 낮 시간대인 새벽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어떻든 수만 시민의 밤잠을 태연히 빼앗을 수 있는 북한 정권의 시간 통제가 기괴하고 섬뜩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에서 코로나19와 자연재해로 고생하는 인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12번 했다. “면목이 없다”고도 했다. 밤잠도 편히 못자게 하는 독재자의 말을 인민들이 과연 진심으로 신뢰할지 궁금하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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