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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 /한성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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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0-06 19:31:1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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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옛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이렇게 말했다더라. 적극적 의지와 혁신적 마인드만 갖추면 뭐든 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아 젊은이들이 그 모양 그 꼴로 산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곧잘 말한다. “더 열심히 노력하면 기업은 당신을 선택할 것이다. 취직이 안 되는 이유는 당신이 노력하지 않아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공공기관에서 채용면접위원으로 수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책연구직, 실무경력직, 신입직 세 팀을 선발하는 일이었다. 정책연구직에 대해 나는 통찰력, 분석력, 종합적 판단 능력, 사안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창의적 대안에 이르는 능력을 알아보고자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세 팀 중 연령대가 가장 높고, 지적 훈련을 가장 오래 받은 집단이었다. 당연히 정책연구 경험도 많다. 대략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며, 석사 졸업 이상 정도 학력을 소지했다.

실무경력직은 첫 번째 집단보다 연배가 좀 낮고 학력도 낮아 보였다.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대졸경력자들이다. 자격증이 어마어마하다. 마지막 집단은 신입들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되었다. 이 그룹도 다수의 자격증을 준비해왔으며, 짧았던 인생살이가 구구절절 한 편의 서사시다.

모든 집단에 대해 내가 추정밖에 못 하는 이유는 이 기관이 철저히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따랐기 때문이다. 나이는 물론 출신학교도 알 수 없다. 오로지 면접현장에서 얻어낸 정보만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할 뿐이다.

모두 100대 1의 필기시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5배수 면접시험에 초청된 실력자들이다. 그 정도 필기시험 성적이라면 출신 학교 정보가 필요 없을 것이다. 이 점수대에서 출신 학교 정보는 객관적 평가를 오히려 그르칠 수 있다.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이 다양하면서도 급변하는 한 실무현장에 최적화된 능력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학업성적은 창의적 해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나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지원자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때 큰 도움이 됐다.

편견 없이 진행된 면접시험은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다. 한마디로 나는 그들 모두로부터 낙방시킬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 열정과 의지는 물론이고 실력도 흠잡을 데 없었다. 노력의 흔적은 역력했다. 서사에는 눈물이 배어 있었다. 저 나이 때의 나는 깜(!)이 안 된다.

하지만 모든 집단에서 80%는 입성하지 못한다. 80%라지만 신입 직원 채용 수가 많아 초청된 면접자 중 탈락자 수는 최연소집단에서 제일 많다. 순전히 내 주관적 판단일 수 있지만, 적어도 기울인 노력과 의지, 열정 심지어 역량마저도 이 모든 것은 연령대와 반비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이대가 낮을수록 더 많은 노력을 경주했고, 역량과 관련해 신입집단이 준 인상이 더 강렬했다는 말이다.

요즘 20, 30대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며 혁신적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밀어내야 한다. 떨어뜨릴 필요가 없는 인재들을 터무니없는(?) 흠을 찾아내 눈을 질끈 감고 줄을 그었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귀가하면서 이 노래가 절로 떠올랐다. 죽을힘을 다해 자신을 보여주던 그 많은, 그리고 이 땅의 모든 ‘그대’들에게 바치고 싶은 노래다.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이 사랑스런 그대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는 것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뭐라? 의지가 박약하고 혁신적이지 못하다고? 노력 안 해 실력이 안 된다고? 우리 영혼을 갈아 마실 작정이냐? 엿 먹어라!

나는 안다. 나태하거나 무능하며, 타율적인 지원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우리의 그대들, 제발 실망하지 말아요. 그리고 새로움을 잃지 말아요.

좋은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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