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기념관 건립이 추진된다고 한다. 부마민주항쟁은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민주항쟁’으로 불리지만, 유일하게 기념할 건물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 이 때문에 정신 계승과 기념사업 진행도 쉽지 않았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회가 기념관 위치를 부산대로 확정한 것도 뜻깊다. 부산대는 부마민주항쟁을 촉발한 장소이다.

현재 부산대에는 1979년 10월 16일 당시 교내 시위가 시작된 구 도서관(현 건설관) 앞에 부마항쟁 발원지 표지석을, 제1도서관 앞에 부마민중 항쟁 탑을 세워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표지석과 탑은 상징물이다. 18년에 걸친 박정희 철권통치에 조종을 울린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보전하며 교육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기념관 추진이 더 기쁘다.

문제는 기념관 건립을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단계란 점이다. 건립 사업의 최종 확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관련 예산은 지금부터 확보해야 한다. 재단은 내년도 정부 본예산에 기념관 건립을 위한 설계비(2억 원) 반영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전액 삭감했다. 기념관 부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이 문제는 부산대가 교내 부지를 제공하기로 해 해결됐다.

따라서 관련 예산은 국회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설계비뿐만 아니다. 300억 원에 달하는 전체 건립 예산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하는 게 좋다. 여당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점은 다행이다. 정부도 지난해 부마항쟁 40주년을 맞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부산시 역시 힘을 보태야 한다. 예산은 물론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기념관을 이름에 걸맞게 건립하려면 내용물을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전시하는 건 기본이다. 이를 현재와 미래의 역사로 계승하고 발전하는 신개념의 기념관을 만들었으면 한다. 선진사례를 참고하는 등 빈틈없는 준비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