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작업이 신뢰를 잃으면서 지역 주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논란 끝에 확정된 김해신공항 건설은 안전 부분에서 심각한 결함이 드러나 문제가 됐는데, 이 부분을 완전 무시한 검증위원회 활동이 미칠 파장은 엄청나다. 공정성에 이런저런 의혹이 불거진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에 부산 울산 경남(부울경) 주민이 수긍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동남권 신항공 건설 문제가 정부의 불공정한 김해신공항 검증 때문에 국론 분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른 검증 작업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은 정부 당국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결과를 정해놓고 활동한 인상을 풍긴 검증위원회를 규탄하는 자치단체와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움직임도 거세다. 안전 분과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조건부 의결을 강행한 김해신공항 부실 검증으로 혼란을 촉발한 정부 당국에 비난의 화살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부울경 시도당 위원장은 어제 검증위의 전체회의 표결에 대해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공정성을 훼손한 김수삼 위원장 문책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경질을 요구했다. 부산시구청장·군수협의회도 이날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신공항 검증은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해신공항 검증위는 안전 소음 환경 수요 등 4개 분과 검증 결과를 모두 발표하고 그 결과와 의견을 보고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혀 안전 문제를 무시한 검증위의 발표는 수용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역 상공계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신공항 건설 문제를 놓고 이낙연·정세균 전·현직 국무총리가 상황에 따라 보인 모호한 입장도 문제다. 수도권 중심의 행정을 펼치는 정부 당국이 부울경 주민의 염원인 신공항 건설을 놓고 의도가 뻔한 검증으로 더 큰 화를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지역 민심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