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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문득 ‘변해가네’가 왜 떠올랐을까 /배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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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9-27 19:44:2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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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 전 잠시 눈을 감고 지난해 12월 31일 밤을 떠올려보자는 제안을 드려본다. 또는 붉은 일출을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빌던 그때라도 좋다. 그래, 어쨌든 좋았던 그때, 코로나 이전 시대였던 그때….

이제 눈을 떠볼까? 무엇이 보이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긴급재난문자가 울려대는 삭막한 시대. 수많은 사람이 발랄하게 몰려들어 아무 걱정 없이 소원을 빌던 9개월 전의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말 그대로 상전벽해이다.

길남 씨는 얼마 전 신조어로 만들어진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라는 말을 처음 접했었다. 절묘한 말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그 의미가 너무나도 심각해 그는 잠시 멍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수가 100만 명에 달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 이전과 이후를 뜻하는 BC와 AC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과 대면(對面) 서비스업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팬데믹 도래 이후 이렇게 초스피드로 급변할 줄 누가 알았으랴? 20,30년 전통의 가게 입구에 ‘임대’라는 글자가 붙어있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만은 않은 것을…. 그와 반대로 호황을 맞이한 것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비대면) 산업’이다.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닌 언택트 시대. 홈쇼핑과 택배 그리고 배달업이 성업하며 이미 그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였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시대가 되면서 그 성장 속도는 가히 폭주라 불릴 만큼 가공한 것이다.

문득 ‘동물원’의 노래 ‘변해가네’가 듣고 싶은 길남 씨. 잘나가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꾸짖으신다면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가사를 읊조릴 것이다.

“그러나 너를 알게 된 후, 사랑하게 된 후부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가네∼.”

그렇다! 변하는 것은 나보다 너를 바라보게 될 때 마땅히 변하는 것이다. 나의 길을 가기보다 너와 머물고만 싶을 때 변하는 것이 마땅한데…, 사람들은 자신만을 바라보며 비대면, 언택트, 그러니까 AC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길남 씨는 몇 개월 전, 독거노인들을 돕는 돌봄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는 가운데서도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다는 기사를 접하고 가슴이 갑갑해짐을 느꼈다. 심지어 확진 판정을 받은 요양보호사가 확진자인 입소자를 돌보고 있었다는 촌극 같은 비극은 가까운 어느 의료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 먼 나라의 것 마냥 낯설기만 했었다.

지난 9월 12일 한겨레신문의 ‘스티븐 호킹이 와도 원격수업 어려워, 전쟁터 던져진 느낌’이란 특집 기사도 많은 울림을 주는 것이었다. 기사는 비대면 수업 방식에서 철저히 소외된 장애인 교사들의 전쟁과 같은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공연을 하루 앞두고 코로나19로 공연 취소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은 예술인들의 이야기도 있다. 수개월간의 공연 준비와 기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에 대한 대가마저 증발해버리는 상황. 한 용역 스태프는 공연 취소와 반복된 연기 통보를 버티지 못하고 부도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는….

관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이 폐쇄되거나 운영 중지되면서 방치되는 취약계층의 가슴 아픈 사연도 부지기수다. 라면을 끓이다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형제는 정상적 시국이었다면 이런 재난을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엄마와 형제에게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 판결이 내려졌던 상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상담이 중지되어 있던 도중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매일 매일 새로운 해가 뜨고 진다. 그리고 세상은 변해간다. 너무나도 빨리 변해가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그런데, 이런 시대 속 우리 모습은 과연 어떤가? 어쩌면 나 자신만 바라보며 상대방을 아예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먹고사는 일에만 매달렸던 소설가도 고개를 숙인다. 그의 입가에 맴도는 멜로디….

“우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우우, 너무 빨리 변해가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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