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오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재난지원금을 추석 전에 지급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신청 접수, 자격 및 계좌 확인 등 선별과정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데다, 여야가 ‘전국민 통신비 2만 원 지급’(더불어민주당)과 ‘전국민 독감 무료백신 접종’(국민의힘)을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어 추경 처리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가장 필요한 명절 대목에 재난지원금이 풀리지 않는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재난지원’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22일 추경안이 통과되더라도 추석 연휴 전까지 남은 시간이 8일에 불과해 선별을 거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에는 너무 빠듯하다. 1차 재난지원 때는 국회 추경안이 통과되기 전에 미리 신청을 받았다. 그건 전국민에 대한 보편적 지급이라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선별 지급을 해야 하는 까닭에 사전 접수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의 경우에는 온라인 행정정보로 매출 감소를 확인할 수 없는 사람에겐 추석 전 지급이 힘들다.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생계지원은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다른 지원 사업과의 중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아예 지급시기를 11월로 잡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야가 “전국민 통신비” “전국민 독감 무료백신”을 제각각 외치며 다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재난지원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치적 계산속을 국민에 앞세운다는 비난을 받을 공산이 크다. 다만, 여당이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22일 추경안 처리를 합의한 만큼 무료백신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료백신에 대한 지지가 높은 여론을 반영하는 조처이기도 하다.

1997년 환란보다 더한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처럼 협치가 절실한 때가 없었다. 민생은 진흙 구렁에 빠지고 숯불에 타들어 간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벗어나 오직 ‘민생 구제’ 대의에 입각해 의기투합해야 할 시기다. 추석 전 재난지원을 21대 국회의 첫 협치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