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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하필 이때…독립영화 배급하다 든 생각 /성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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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9-15 19:32:1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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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부터 한여름이 되기까지 씨네소파의 여름날을 오롯이 투여한 독립 장편영화 ‘여름날’(감독 오정석, 주연 김유라 김록경)이 지난 8월 20일에 개봉했다, 이날은 ‘한국독립영화데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작품이 동시에 개봉했는데 그 주 월요일, 코로나 19가 재확산 되었다.

경남 거제도를 배경으로 찍은 ‘여름날’ 또한 개봉 첫 주에 잡혀있던 관객과의 만남 행사 두 개만 간신히 치르고 그 뒤의 행사는 모두 취소되었다. 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예정됐던 공공 영화관은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잠정 휴관에 들어갔다.

배급사로서 씨네소파가 할 수 있는 것은 SNS 홍보밖에 없는 상황에서 관객에게 영화를 보러 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송구스러운 상황이 지속됐다.

그리고 당연한 결과이지만, 상영관 대비 관객 수가 평소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좋든 싫든 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끝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재난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또는 더 융성할 창업 아이템과 업종을 지원하는 정부정책은 발 빠르게 움직였고, 우리도 질세라 사업 몇 개를 구상해서 신청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시대 상황에 발맞춰 패러다임 전환이니 종말이니 하는 강도 높은 언어를 지원서에는 꽤 썼지만, 솔직히 나는 아직 이 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어디까지 변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상태로 나는 어떤 이별을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디지털 시대로 이행하던 과도기 세대인 90년대 생의 나에게, 영화가 곧 극장은 아니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정말 좋아하는 영화는 극장 바깥에서 본 경험이 오히려 더 많다. 어릴 적에 가족과 함께 좁은 거실에서 봤던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유덕화를 흠모하며 봤던 1990년대 홍콩 영화들. 그래서인지 부산에서 독립영화를 배급 해 오면서도 ‘극장’에 대한 애착이 아주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또, 우리 작품은 독립영화 가운데서도 아주 작은 규모라 애초에 극장에 진입할 형편도 안 되었기에, 극장이라는 한계적 플랫폼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관객과 영화를 만나게 할지’에 관한 고민을 주로 했다. 당연히 그건 온라인이겠고,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한 거부감이 일었던 것 같다.

2018년, 씨네소파가 배급했던 독립 장편영화 ‘파란입이 달린 얼굴’(감독 김수정, 주연 장리우 진용욱)과 관련한 재밌는 체험이 기억난다. 지금은 잠정적으로 휴관한 상태인 부산 남구 대연동 국도예술관에서 관객 시사회를 열었다.

이런 시사회는 그처럼 작은 영화엔 잘 없는 기회인데, 100명이 넘는 관객이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스무 명 남짓한 관객이 찾아오는 작은 독립영화 현실에 비추어 봐도 흔치 않은 시간이었다.

영화를 보며 다 같이 소리 내어 웃다가 다 같이 소리 내어 탄식하거나 다 같이 소리 내어 분노했다. 평소에 접하는 독립영화의 코어(core) 관객이 얼마나 진지하고 개인적인가를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으로 단절적이기까지 한 이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나는 제대로 누려본 적 없는 문화에 대한 향수에 빠져 있다.

‘여름날’에게 닥친 상황 때문일까. 한편으로 단절적이기까지 한 이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나는 제대로 누려본 적 없는 문화, 작은 영화처럼 소멸할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 놓인 어떤 문화에 대한 향수에 빠져 있다. 어두운 극장 속 내 옆자리에 앉은 생면부지의 사람, 스포일러 따위를 주절주절 떠드는 소리, 영화엔 관심도 없는 커플, 진동하는 음식 냄새, 가끔은 환멸마저 일으키는 핸드폰 불빛. 그 작은 사회.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로의 전환)가 지금 내게 던지는 의미는 그런 것이다.

이전의 문화를 지켜야 한다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그 시대가 지켜오던 것이 어떤 세계였는지를 파악해보는 일 말이다.

독립영화배급사 씨네소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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