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죽을 약 옆에 살 약도 있다 /김재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9-10 19:58:45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람 만나기가 두려운 세상이 되었다. 여럿이 모여 즐기기보다는 혼자 하는 취미가 더 나은 요즘이다. 도시에서라면 그림 그리기, 뜨개질, 만들기, 피규어 수집이나 제작, 게임, 책읽기, 글쓰기, 음악 감상, 동물 키우기, 화분 가꾸기, 자전거타기, 명상 등을 혼자 할 수 있겠지만, 나는 범초산장에 가서 텃밭을 가꾸며 시간을 보낸다.

꽃 가꾸기, 꽃차 만들기, 채소 키우기, 발효액 담그기, 풀베기, 나뭇가지치기, 씨앗 받기, 뽕잎차 만들기, 산야초 나물 요리 등, 할일이 수두룩해서 혼자 산장에 오래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 밤에는 노트북을 켜서 미리 다운 받아 놓은 파일로 영화를 볼 수도 있어서 시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코로나19를 예견하고 산장을 만든 것은 아닌데 요새는 한층 안전한 곳이 된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텃밭 가꾸기는 쓸모가 많다. 긴 장마와 태풍으로 채소값이 급등했지만 텃밭에 나가면 마트 못지않게 여러 가지 식재료가 그득해서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넓은 농장이 아니니까 텃밭 관리는 별로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나와 아내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아내는 텃밭에 채소를 심을 때마다 비닐 멀칭을 꼭 하자는 방식이고, 나는 그냥 심고 나중에 잡초가 올라오면 뽑자는 주의다.

결국 내 주장대로 했다가 밭이 엉망이 되는 바람에 아내 방식을 따르고는 있는데 마음 한구석이 헛헛하기만 하다. 밭 안쪽은 물론 주변까지 비닐로 꽁꽁 둘러씌우는 바람에 일손은 덜었지만 약효가 좋은 잡초(?)들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밭 가장자리나 외진 구석에 어렵사리 돋아난 민들레나 금강초까지 아내가 깡그리 뽑아내는 바람에 따라다니며 말리느라 바쁘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 중에서 의외로 약성이 좋은 것들이 많다. 아기땅빈대는 바이러스 질환에 유효하고, 민들레는 위장에, 뽀리뱅이는 감기몸살에, 인동초라 불리는 금은화는 호흡기질환에 효험이 있다. 질경이는 간과 당뇨 개선에 유익하며, 토끼풀은 기침약으로도 쓰고, 쇠비름은 혈관건강에 도움을 준다. 어디 그뿐인가! 명아주는 구강건강에 좋은 식물이고, 차조기는 눈 건강과 식중독 예방에 쓸 수 있고, 성가신 잡초로 푸대접받고 있는 메꽃은 밭에 있는 정력제라고도 할 수 있으니….

이렇게 좋은 약초들을 마다하고 많은 사람들이 왜 채소만을 찾는 걸까? 그것은 순하고 부드러운 맛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순하고 부드러운 것만 먹다 보니 쓰고 강한 맛을 채워주라고 우리 몸에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오래 씹을 것도 없이 꿀꺽 삼킬 수 있는 음식을 계속 먹으면 위와 장이 약해진다. 예전에는 시래기와 고구마 줄기, 토란대, 머위잎 같은 것을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시시한 식재료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식이섬유가 많고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있는 기능성 식재료로 주목하고 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쓰고 거친 것을 먹어야 한다. 거름을 주어 인공적으로 키운 채소는 살아가는 에너지를 주기는 하지만 병이 났을 때 먹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자연 속에서 저 혼자 고독하게 자란 약초들이 병을 치료해줄 수 있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단명하는 일년생 채소보다는 오래 사는 다년생 약초들이 치병 효과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산장의 텃밭에서도 일정 부분은 다년생 약초를 키우고 있다. 수술이나 당장 응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가야겠지만 위장이나 혈관에 생기는 병은 장기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키운 약초한테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죽을 약 곁에 살 약이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 벌어져도 잘 찾아보면 반드시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숲으로 가보면 천남성 옆에 바디나물이 자라는 경우가 있다. 천남성은 사약 재료로 쓰이는 독초지만 바디나물은 고혈압에 좋은 약초다. 답이 없는 문제가 없듯이 난관과 역경 주위에는 빠져나갈 비밀 문이 숨어 있다. 다만 잘 보이지 않으니 애써 찾아야 한다.

코로나든 또 다른 무엇이든 위험한 질병이 생기면 그 병에 대항할 수 있는 약초가 자연 속에 있다고 믿는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백신과 치료제도 나올 것이다.

나는 오늘도 텃밭에 줄 지어 자라는 채소보다 텃밭 가장자리에 간신히 붙어서 옹색하게 자라는 잡초에 더 눈길이 간다. 그들이 약초로서는 채소보다 나은 그 무엇인가를 간직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동화작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212> 경북 의성 금성산~비봉산
  2. 2“상처 숨긴 채 살아온 미연…내면 닮아 감추고 싶었죠”
  3. 3“지도교수제·선배 멘토링, 로스쿨 승승장구 비결”
  4. 4가요계 걸크러쉬 현아, 신곡 ‘아임 낫 쿨’ 컴백
  5. 5“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시진핑 상반기 방한 가능성
  6. 6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7. 7청와대 “윤석열 정직처분 옳고 그름, 소송서 가려질 것”
  8. 8당정, 손실보상금 대신 4차 지원금 논의 급물살
  9. 9부마항쟁 전초 ‘9·17 못골 시위’ 주역, 명예회복 길 열렸다
  10. 10“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1. 1“문 대통령 비핵화 노력 지지”…시진핑 상반기 방한 가능성
  2. 2청와대 “윤석열 정직처분 옳고 그름, 소송서 가려질 것”
  3. 3김영춘 1차 경선 과반 얻어도 안심 못해
  4. 4“이언주·박형준 싸움 도 넘어…검증 통해 한 명 자격 박탈을”
  5. 5청년선대본부 출범·신공항 논평…야당 보선 주자들 6色 홍보전
  6. 6김종인 수습에도…주호영 또 신공항 딴지
  7. 7당정, 손실보상금 대신 4차 지원금 논의 급물살
  8. 8박인영"국민의힘은 TK만 생각하나…부산시민 분노 알면 깜짝 놀랄 것"
  9. 9여당 3파전, 야당 6명 압축…‘보선 라인업’ 나왔다
  10. 10국민의힘 지지율 출렁에 깜짝…김종인·주호영 가덕도 찾을까
  1. 1[브리핑] 씨앤투스성진 코스닥 상장
  2. 2[브리핑] 에어부산 대마도 무착륙 비행
  3. 3[브리핑] 한은 동전교환 온라인예약제로
  4. 4주가지수- 2021년 1월 27일
  5. 5대리점 대신 온라인서 산다…‘자급제폰’ 인기
  6. 6[경제 포커스] 부산 대표 기업들 휘청대는데…바라만 보는 市
  7. 7탈부산 인구 97% 수도권行…최다 이유는 ‘일자리’
  8. 8부산 남구, 작년 4분기 땅값 상승률 전국 2위
  9. 9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하> 동원개발③
  10. 10‘간편한 한끼’ 밀키트 작년보다 3배 잘 나가
  1. 1위기가정 긴급 지원 <1> 뇌질환 투병 김소망 씨
  2. 2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8일
  3. 3위기의 대우조선, 올 77억弗 수주 목표
  4. 4양산 물금 황산로 1→ 2차로 확장 추진
  5. 5울산에 철새 여행버스 다닌다
  6. 6진주시 공모사업 대거 선정…작년 국·도비 391억 확보
  7. 7부마항쟁 전초 ‘9·17 못골 시위’ 주역, 명예회복 길 열렸다
  8. 8초등 저학년·유아부터 3월 신학기 등교수업 확대
  9. 9가덕신공항 기술검토 용역 진행…6월까지 활주로 등 최적안 도출
  10. 10“월세 안 받을게요” 양산 착한 건물주 화제
  1. 1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1> 부산시체육회 장인화 회장
  2. 2류현진 든든한 내야 우군 얻었다
  3. 3kt 2연패…공동 5위로 밀려
  4. 4롯데 루키 나승엽 1군 스프링캠프 포함 눈길
  5. 5김시우 PGA 시즌 2연승 도전
  6. 6프로야구 ‘유통더비’ 눈앞…롯데 지갑 열까
  7. 7손흥민 시즌 ‘10-10 클럽’(10골·10도움 이상) 가입
  8. 8새 부산농구협회장, 전철우 대표 당선
  9. 9프로축구 아이파크, 미니프런트 7기 모집
  10. 10‘첼시의 전설’ 램퍼드 감독 불명예 퇴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시대 부산교육의 진화 /김석준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 응급외상시스템을 /이상현
기자수첩 [전체보기]
문재인 대통령 ‘123분 신년회견’에 지역은 없었다 /정유선
비판에 귀 닫은 부산교육청…이 기사도 감출건가요? /김화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페리의 비핵화 당부
사다리 받쳐주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목포 ‘중깐’의 딜레마
불로초 감귤
사설 [전체보기]
시 푸드트럭 ‘나 몰라라’…청년 창업정책 의지 있는 건가
동남권 메가시티 일정 가시화, 구체적 결실 기대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영남권 메가시티로 가는 길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불멸의 연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겨울나기
메리 크리스마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