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말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육기 6조에서 “청렴은 수령의 본무로서 모든 선의 원천이요 모든 덕의 뿌리이다. 청렴하지 않고는 목민관을 잘 할 수 있는 자가 없다“고 했다.

‘삼마태수(三馬太守)’란 “세 마리 말을 타고 오는 수령”이라는 뜻으로 재물에 욕심이 없는 깨끗한 관리, 청백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통상 한 고을 수령이 다른 부임지로 떠날 때나 임기가 끝났을 때 감사 표시로 고을에서 좋은 말 여덟 필을 바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조선 전기 문신으로 지극한 효성과 청렴함으로 이름 높았던 송흠은 지방관으로 있으면서 부임할 때마다 거창한 행차 대신 말 세 필만 받았다고 한다. 한 필은 자신이, 나머지는 어머니와 아내가 탈 말이었다, 당시 사람은 검소한 행차를 한 송흠을 ‘삼마태수’라 불렀고 이는 오랜 관행을 깨고, 검소하고 청렴한 관료의 본보기가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목민심서’가 당대 관리들이 얼마나 부패했던가를 역으로 읽을 수 읽게 한다고들 말한다. 오늘날 공직 사회에서도 관행이나 관례로 되어 있는 공정하지 못한 것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고 공정한 공무의 세계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국가별 공무원·정치인 부패 인식도에서 우리나라는 180개국 가운데 2017년 51위, 2018년 45위, 2019년도에는 역대 최고 점수인 59점을 받아 39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공정사회를 위한 반부패 개혁 실천 노력으로 해마다 꾸준히 부패 인식도가 향상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언론 보도나 SNS에서 공정하지 못하거나 부패한 공직 사회 면모를 쉬 접하게 된다. 시각을 좀 더 좁혀 들여다보면, 권력과 결탁한 공직자나 정치인의 공금 횡령과 성범죄, 의혹 사건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비윤리적이고 불공정한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다. 또한 각종 비리와 불공정한 사건이 여전히 관행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행이 관습화되어 당연지사가 되고 도덕 불감증으로 굳어져, 체감하기로는 ‘수정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을 가지게 한다. 이는 우리의 도덕 윤리 의식과 관련된 정신적 문제이나, 세속적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결국 법을 세워 법규로 이를 억제할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부정부패 인식도가 높은 싱가포르의 경우 공무원이 뇌물을 받지는 않았으나 그와 관련한 ‘의도’가 있었다면, 이를 범죄로 보고 처벌할 수 있을 정도로 청렴에 대한 법 적용이 엄격하다.

우리에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있다. 2016년 9월 시행된 김영란법은 공직자 비리를 규제하는 반부패법으로, 공무원 사회의 비리와 불공정을 막고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청렴함은 시대나 사회에 따라 달라, 그와 관련한 공정성에도 논란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공정·청렴하지 않은 것은 끊임없이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법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철학적 사유는 더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공공기관의 반부패 활동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2020년도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부패방지 시책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또한 2017~2019년 연속 3년간 종합청렴도 측정에서도 2등급을 달성한 깨끗한 기관으로 평가된다. 이는 그간 기금 투자정책과 투자정보 의결권 행사 내역, 주주권 활동 내역 등 기금 운영 관련 주요 사항과 내용을 투명하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직원 청렴 인식 제고 ▷청렴한 인사관리 ▷투명한 회계 ▷청렴 마일리지 포상제도 ▷청렴문화 활동 ▷부패행위 익명신고 시스템 ▷부패행위자 처벌 등 노력을 펼친 성과라 할 것이다.

국민이 주인인 국민연금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제도 및 조직이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을 공단 직원들은 깊이 인식한다. 청렴 정책을 끊임없이 실천해 국민의 노후 동반자이자 국민이 신뢰하는 청렴한 기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