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은 책,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저자 서문에 대략 이런 요지의 내용이 나온다. ‘소위 학계 권위자로 분류되는 나는 유명 신학자들과의 종교 토론에 불려 나가 늘 이런 질문을 한다. 어떻게 처녀가 임신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물 위를 걷고, 조그마한 떡으로 몇천 명을 먹일 수 있는가…’. 이럴 때 상대 신학자나 교직자들은 대부분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유치한 질문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명저를 남긴 옥스퍼드대 교수라면 현란한 학술 담론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건만, 도킨스의 생각은 그런 ‘초딩적’ 의문에서 출발한다. 신이 존재한다면 인류가 겪는 기아, 전쟁, 질병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마찬가지다. 교회 다니는 친구에게 나 역시 같은 질문을 해봤는데, 신이 인간을 위해 시련을 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당연히 내게는 다음 의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왜 그런 시련을 안겨주는가?’ 라고.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는데 응원단 양쪽이 다 기독교 신자라면 신은 도대체 누구 편을 들어주는가 하는 의문도 보태어.

한국인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지금 유일하게 언론자유가 없는 곳이 종교계, 그중에 개신교에 대한 의견 표명이다. 대통령 욕도 대놓고 마음대로 하는 세상이건만, 교회와 목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만은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하던 시절, 아무리 호방하고 기개 있는 피디라도 기독교에 관한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해오곤 했다. 이런 것이 ‘성역’이던가. 어떤 일탈을 해도 어떤 비논리, 비상식, 비윤리적 행태가 벌어져도 항의할 수 없고 법 위에 군림하는 ‘성역’이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 건가. 무슨 권리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그 많은 부동산을 차지하고 앉아 독점적으로 사용하며 무슨 돈을 그렇게 매주 걷을 수 있는가.

재수감된 전광훈 씨의 언행을 통해 한국 교회 안에서 어떤 말이 펼쳐지고 있었는지 짐작하게 된다. 당장 그는 교회에 ‘바이러스를 퍼부었다’고 표현하는데 도대체 세균도 아니고 유전자 조각일 뿐인 바이러스를 무슨 수로 배양해서 퍼부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나라를 북한에다 넘기려고 한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인데 허무해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 심리는 또 무엇일까.

‘빤스’에서 바이러스까지 전광훈 일행을 보면 종교에 빠지면 저렇듯 아무런 말도 꺼릴 게 없어지는 유아적 퇴행이 일어나는가 싶다. 요즘 활약이 대단한 변상욱 앵커에 따르면 저들의 극우적 행태가 반공주의에서 비롯됐다는데 과한 분석이란 생각이 든다. 내게 전광훈 일행의 언행은 매우 단순하고 선명한 동기, 즉 마케팅일 뿐이라는 추론이다. 그리고 슬프다. 교회라는 곳이 어쩌다 내 돈벌이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곳이 됐고, 이 사회에 한 맺힌 사람들이 모여 이를 득득 갈며 정부를 저주하는 공간이 됐나. 도대체 그들의 사랑은 무엇이기에 험악한 저주와 증오의 언사를 큰 마이크를 동원해 떠들고 마침내 끔찍한 바이러스까지 남에게 퍼뜨리는가.

어쩌면 국민 밉상으로 등극한 전광훈 씨 등에게 그 영역 실세들이 솎아내기를 시도할지 모른다. 이른바 ‘이단’ 운운. 하지만 비종교인의 시선으로 보자면 어떤 상징물을 만들어 놓고 그 앞에서 돈 내고 내가 돈을 벌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부류의 행태는 산신령에게 비나 신천지에게 비나 기독교 ‘정통’에게 비나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한국 개신교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든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그것이 종교의 자유라고 주장할 것이다. 억지든 무리수든 자유를 누리시라 하겠다. 다만 꼭 한 가지 부탁만은 하고 싶다. 당신들이 누리는 자유를 나에게도 달라고. 나 역시 공개된 자리에서 일부 개신교 목사들의 놀라운 돈 씀씀이, 자녀교육 비용, 남녀문제, 논리와 비논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말하고 싶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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